피아노 프리즘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장편경쟁

오재형 | 2021 | Documentary | Color | DCP | 90min 50sec (K, E, Barrier Free)

SYNOPSIS

나는 은퇴한 화가이고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며, 요즘에는 피아니스트를 꿈꾸고 있다. 성인이 되어 시작한 서투른 나의 피아노, 레슨 받으러 간 학원에서 선생님은 자주 말을 못 잇고 한숨을 쉰다. 그러나 피아노를 중심으로 삶은 흘러간다. 도시 밤거리를 걷는 기분, 잠꼬대를 하거나 우울한 순간, 어디선가 즐겁게 노래 부르는 사람들 틈에 내 피아노가 있다. 그리고 세월호, 강정마을, 광주 5.18 같은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는 나의 영상에도 항상 피아노가 함께한다. 피아노를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한다. 애니메이션, 댄스필름, 실험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내 연출작과 피아노를 결합한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기획자로부터 단독 공연을 제안받는다.

DIRECTING INTENTION

나는 성인이 되어 피아노를 배웠고 피아노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서른이 넘어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영화감독과 미술가로서의 작품들을 피아노와 함께 발표하는 한 창작인의 모습, 서투른 실력이지만 용기를 내어 꿈을 이루는 한 사람의 모습, 사회적 폭력과 차별에 소심하게 반응하는 한 시민의 모습을 이 영화에 담았다. 관객은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배리어프리 방식으로 제작했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오재형

오재형

2016 덩어리
2018 봄날
2019 모스크바 닭도리탕

STAFF

연출 오재형
제작 오재형
촬영 오재형
편집 오재형
미술 오재형
출연 오재형

PROGRAM NOTE

영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감독 본인의 집인 원룸에서 피아노를 옮기고 프로젝터를 천장에 설치하느라 바쁘다. 감독은 파도치는 바다의 영상이 투사되는 피아노에 앉아 유희열이 작곡한 <엄마의 바다>를 연주한다. 피아노의 건반과 연주하는 손 위로 파도치는 바다가 겹쳐진다. 영화가 움직이는 화면과 음악, 대사 등의 음향의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화면이 영사되는 동안 음악이 연주되는 것은 영화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피아노 프리즘>은 음악과 화면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화면이 스크린으로 쏟아지든, 피아노 위로 쏟아지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음악은 화면을, 화면은 음악을 보완해 주지만 때로는 화면과 음악이 각자의 길을 가기도 한다. 이 영화는 배리어프리로 만들어졌는데 음성해설과 자막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 이 작품의 배리어프리 해설은 시청각적 장벽을 허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때로는 내레이션 역할을, 때로는 감독의 오디오 코멘터리 역할을 하기도 하는 등 시청각적인 구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 영화에 마치 원래부터 ‘영화의 필수 요소 중 하나’였던 것인 양 완벽하게 통합돼 있다. <피아노 프리즘>을 보고 나면 ‘배리어프리의 최종 단계 혹은 영화의 최종 단계는 이런 것일까?’라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고, 진정으로 오재형 감독의 다음 영화도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박광수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