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아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단편경쟁

유채정 | 2021 | Fiction | Color | DCP | 37min 51sec (E)

SYNOPSIS

조에아 Zoea: 어미 게에서 떨어져 나온 최초의 유생, 알 다음의 단계. 밀입국자 연교는 브로커를 통해 꽃게 양어장에 들어가고, 뉴스에서는 충남 태안군 해변에서 정체불명의 보트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양어장의 윤수와 연교는 매일 탱크 청소만 묵묵히 해 나갈 뿐이다.

DIRECTING INTENTION

밀입국에 관한 실제 뉴스를 접했을 당시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15시간이 넘는 항해를 하고 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폭발했었다. 장소 자체를 하나의 인물로 만들면서, 특정한 장소를 다시 찾는 것은 우연이자 어떠한 구실이기도 한 인물들의 행위를 그리고 싶었다. 더불어 반복되는 소리와 과장된 공간음이 불러일으키는 본의 아닌 기억들을 떠올려 보았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1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2021 제9회 디아스포라영화제

DIRECTOR
유채정

유채정

2019 MENTHOL
2021 HYDROPHONE BUTTERFLY

STAFF

연출 유채정
제작 김혜인
각본 유채정
촬영 김지은
편집 유채정
동시녹음 김우진
조연출 박혜원
사운드디자인 김유훈
색보정 김종수
출연 김연교, 금효제

PROGRAM NOTE

멀리 붉은 석양을 뒤로 한 채 검게 보이는 보트 하나가 해변의 물결을 타고 가까이 다가온다. 밤이 되고 캄캄한 양어장에 한 여자가 걸어온다. 플래시 불빛을 따라 양어장 안으로 들어서면, 해가 들지 않는 숲속처럼 창살과 고무 호스들이 빽빽하게 얽혀 있고 거대한 수조들이 보인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는 물소리가 들린다. 물소리는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처럼 다른 모든 소리를 삼킨다. 날이 밝으면 여자는 수조를 닦고 있고, 또 다른 여자가 양어장에 당도한다. 게의 유생을 뜻하는 ‘조에아’라는 제목의 영화는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이미지텔링의 영화이다. 영화는 감정이나 서사에 관심을 할애하지 않고, 그 여백과 행간을 반복적인 사운드와 이미지로 채운다. 말 없고 표정 없는 인물들의 움직임과 반복되는 노동은 하나의 행위로 치환된다. 그것은 의지의 표현이 아닌 행위 자체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태안 해변에서 미확인 보트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올 뿐, 우리는 인물들의 무심한 얼굴과 함께 짐작할 뿐이다. 영화는 정교하게 짜인 구도와 공간, 행위와 소리를 통해 직관의 감각으로 하나의 현상을 그린다. 유생의 얼굴을 본 적이 있을까. 아니, 얼굴이 존재할까. 물을 건너온 표정 없고 얼굴 없는 이들이 다시 깊은 수조 속에서 짙은 얼룩을 쓸어 내고 있다. 수조에는 계속 물이 차오른다. 이 기록되지 않는 사람들과 기록되지 않는 노동은 어디로 흐를까. 어디에 당도하고자 했을까. 인물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박근영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