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어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장편경쟁

이일하 | 2021 | Documentary | Color | DCP | 81min 25sec (K, E)

SYNOPSIS

이태원의 클럽 트랜스의 간판이 켜진다. 모어의 쇼가 시작되면 관객들은 환호하고 무대 위로 팁이 쏟아진다. 모어의 꿈은 발레리나였다. 세상은 "너 그 여성성 버려" 라고 말했고 발레리나의 꿈은 좌절됐다. 한편 뮤지컬 공연으로 한국에 머무는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은 우연히 모어의 쇼를 보게 되고 “뉴욕에서 만나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으로부터 공연 초청장이 도착하는데···.

DIRECTING INTENTION

'너 그 여성성 버려' 라고 세상은 말했고,
그 세상 위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드랙쇼'를 펼쳐보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일하

이일하

2014 울보권투부
2017 카운터스

STAFF

제작 익스포스 필름
연출 이일하
촬영 이일하 백윤석 조성근 김창원 이정준
편집 이일하 백윤석 Alex
음악 현진식 유종호 노영래
출연 모지민, Evgeny Shtefan, John Cameron Mitchell

PROGRAM NOTE

발레리나, 뮤지컬 배우, 안무가, 성소수자,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친구, 누군가의 연인, 그리고 드랙퀸.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끝도 없이 이어질 테지만, 그는 이 모든 정체성을 끌어안은 털이 난 물고기, ‘모어(毛魚)’, 그러니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상태로 아름다움을 향해 물살을 거침없이 거스르고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육체다. 감독 이일하는 전작 <카운터스>에서 비열하고 간교한 언어에 정면으로 충돌하며 저항하는 거친 몸의 운동을 찍었는데, <모어>에서는 제도의 편견에 코웃음 치며 오직 아름다움만을 물질화하기 위해 단련을 거듭하는 몸의 상상력을 찍는다. 이일하는 이를테면 성소수자 댄서를 향한 사회적 시선이나 모어가 겪어 온 고통을 설명하는 데 에너지를 쏟지 않고, 모어의 육체가 끈질기게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활동을 영화의 몸체로 극대화하는 일에 몰두한다. 모어가 공연하는 이태원 클럽 ‘트랜스’만이 그의 무대가 아니라, 영화 전체가 그의 무대가 되게 하는 것. 영화는 어두운 밤, 클럽 안에서만 번쩍거리는 모어의 인공적인 무대를 밝은 낮, 일상의 공간들로 불러내고 확장한다. 그의 퍼포먼스는 고향의 논두렁마저 기이한 마법의 무대로 펄떡이게 한다. ‘모어’라는 육체성의 더없이 예민한 결과 도발적인 힘, 그의 육체성을 유희의 형식 안에서 완전히 입체적으로 살려 낸 영화의 시도. 둘의 조응으로 스크린에 펼쳐지는 아름다움에 당신은 자주 넋을 잃고 말 것이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