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백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본선 단편경쟁

황선영 | 2021 | Documentary | Color | DCP | 29min 13sec (E) World Premiere

SYNOPSIS

열여덟 가을, 나는 친구 기현의 부고를 들었다. 기현은 치킨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청소년으로도 노동자로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순식간에 세상에서 지워졌다. ‘나’는 기현과 함께한 시간들을 회상하던 중 2009년 기현의 사고를 다시 마주한다. 그 시간의 주위를 맴돌며, 유령처럼 사라진 친구와 오토바이 문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길 위를 떠다니는 ‘기현이들’을 만난다.

DIRECTING INTENTION

나와 친구들의 10대 시절은 나쁘고 불량했을까? 중딩, 고딩, 미성년이라는 이름표는 하지 말아야 할 것, 해서는 안 될 것들만 잔뜩 늘어놓는다. 규제를 어기면 ‘불량 청소년’이라는 딱지를 달게 되며, 세상에서 배제되고 때로는 미움의 대상이 된다. 규제/불법/합법이라는 기준만으로는 청소년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그 문화를 누렸던 청소년으로서, 2009년 청소년 문화의 표상인 오토바이를 타던 친구 기현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록하려 한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황선영

황선영

2012 연어 連語

STAFF

연출 황선영
촬영 황선영
흑백사진 이승률
고프로 촬영 이승률
사진 수민, 재헌, 민희
편집 황선영
음향 표용수
음악 장요한

PROGRAM NOTE

한국 사회에서 시각적으로 완전히 증발해 버린 10대 아이들을 좇는 영화는 2009년과 2019년을 오고 간다. 2009년은 전화 목소리로, 2019년은 카메라로. 사이사이 끼어드는 정지된 사진과 해 질 녘과 동트는 시간의 서정적인 풍경은 도시에서도 주목받지 않은 공간의 차가운 사운드와 충돌하며 관객을 교란시킨다. 교란은 그것만이 아니다. 제 목소리를 갖지 않으려는 듯 독백인지 방백인지 알 수 없는 감독의 텍스트(자막)는 자신이 지나온 춥고 불편한 10대 시절인지 감독이 좇고 있는 10대들의 이야기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10년의 간극에도 10대 아이들은 여전히 오토바이를 타고 그들의 일상에 아무 관심 없는 세상 속으로 질주한다. 속도의 쾌감을 위해 건당 천 원을 받아도 배달을 하고 PCX보다 쪽팔리지만 5천 원이 싸니까 씨티백을 타고 뒤 커버를 치며 폭주를 뛰다 사고가 나도 질주한다. 그러다 여자 친구 생일을 위해 일한 지 며칠 만에 어른에게 뺑소니를 당해 죽는다. 그리고 “맨날 오토바이 타고 놀던 애가 사고 났대.”란 꼬리표만 남기고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사라진 아이들, 사라진 10대 시절을 감독은 묻는다. 왜 그 많은 사람들은 묻지 않느냐고. 길 위의 그들을, 죽음을, 씨티백을. 그러나 아무렴요. 왜 그러는지 알려 해도 얼굴도 이름도 없는 10대인데 물어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저 안녕하기만을 바랄 뿐이죠. 우리도 그때는 언제 어떻게 만나도 반가웠었잖아요. 영화는 세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워져 버렸지만 분명 우리 모두가 지나왔던 10대의 어떤 순간을 깊숙이 찌르고 있다.

한재섭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