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어 붙이기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새로운선택 단편

강예솔 | 2020 | Experimental | Color | DCP | 9min 44sec (K, E)

SYNOPSIS

얼마 전 우리 집 개가 오래된 사진 하나를 찢어 버렸다. 나는 찢어진 사진 조각을 보다가 마음이 불안해져 사진을 이어 붙여 보기로 했다.

DIRECTING INTENTION

<사진 이어 붙이기>는 ‘찢어진 사진을 이어 붙이는 행위’라는 개인적인 움직임으로 출발하여, ‘붕괴 사고가 일어난 부지에 다시 건물을 지어 내는 행위’로 도달한다. 두 행위 모두 사건의 흔적들을 지우려 애쓰지만 결국 그것은 지워지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DIRECTOR
강예솔

강예솔

2018 내 집을 찾아서
2021 로봇이 아닙니다.

STAFF

연출 강예솔
각본 강예솔
편집 강예솔
음악 국보승
번역 이상민
출연 강예솔

PROGRAM NOTE

영화가 시작하면 한 인물이 책상에 앉아 스카치테이프를 가지고 찢어진 사진 조각을 붙이려 한다. 이어 어릴 적 눈에 모래가 들어가 그게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점이었더라 등의 맥락을 잡을 수 없는 자막이 나온다. 물이 새는 화장실 바닥의 사연이 자막에 흐르면서 화면은 별안간 삼풍백화점의 개업과 붕괴의 풍경을 중첩하여 제시한다. 영화의 의도가 드러나는 순간인데, 삼풍 관련 참사는 이미 26년 전의 일이라 현장에는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관련한 흔적은 찾을 수 있다. 참사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려고 그 위에 새로운 건물을 세웠지만, 그 의도는 여전히 남아 사람들의 기억과 상처를 자극한다. 부실 공사로 인한 참사의 역사 위에 높이 솟은 건물들은 아물지 않고 치유되지 않은 기억을 에둘러 봉합한 흔적이 역력하다. 역사는 개개인의 사연이 쌓이고 중첩된 결과이다. 그래서 물리적인 대상을 제거한다고 해도 그 후폭풍은 세월에 마모되기는 해도 시공을 초월하여 어떻게든 유무형의 형태로 남기 마련이다. 삼풍 외에도 한국 사회는 못지않은 사회적 참사의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럴 때마다 관련한 주체들은 어떻게든 비극의 역사를 삭제하려 재개발의 명목을 앞세우지만, 그런다고 개인의 기억과 경험마저 리셋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런 시도는 결국, 찢어진 과거의 조각을 덕지덕지 이어 붙여 완성한 현재일 수밖에 없다는 걸 영화는 ‘사진 이어 붙이기’로 정의한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1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