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새로운선택 단편

김소희 | 2020 | Fiction | Color | DCP | 27min 27sec (E)

SYNOPSIS

중학생 나진은 엄마와 모텔에서 살아간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 조정 중이다. 나진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도움 없이 교복을 사 보려고 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중에 불장난에 빠져든다.

DIRECTING INTENTION

결핍이 있는 인물들이 서로를 아끼는 마음을 통해 성장한다. 어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DIRECTOR
김소희

김소희

2020 소년

STAFF

연출 김소희
제작 숭실대학교 영화예술전공
각본 김소희
촬영 표태욱
편집 김소희
음악 김윤혜
프로듀서 오수연
미술 현예빈
조연출 오우리
스크립터 서예찬
DI 표태욱
사운드 믹싱 현예빈
동시녹음 김수현
붐 오퍼레이터 변승용
출연 소우진, 박희은

PROGRAM NOTE

월세 내기도 힘든 빠듯한 생활과 아빠의 이혼 요구에 고단한 엄마는 늘 담배를 피운다. 모텔에서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나진은 매일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로 엄마의 한숨을 가늠한다. 돈 때문에 교복을 사지 못해 학교에서 놀림당해도 내색하지 않는 나진. 그런 아들에게 엄마는 꼬깃꼬깃 접은 구구절절한 쪽지를, 아빠는 빳빳한 봉투에 든 이혼 서류를 서로에게 전달하게 한다. 부모의 사이를 오가며 눈치만 보던 나진은 돈이나 이혼 서류같이 미운 것들을 소심하게 태워 보며 마음속에 쌓이는 무언가도 태워 버리고 싶지만 작은 불장난은 해소되는 것 없이 위태롭기만 하다. 새로운 가족들을 다정하게 대하는 아빠를 마주하던 밤, 나진은 차오르는 화를 더는 참을 수가 없다. 표현해 본 적 없는 울분을 서툴지만 있는 힘껏 터뜨린 뒤, 닫힌 책방 문을 두드리며 읊조리는 나진의 혼잣말은 14살 소년의 성장통이라기엔 너무 가엽고 구슬프다. 나진이 엄마를 위해 분노했던 것처럼 엄마 역시 상처 입은 나진을 위해 용기 내고, 이런 모습은 두 사람의 의미 있는 성장과 앞으로의 희망을 보여 주는 듯하다. 서로를 위해 화내는 법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더는 다른 방법으로 화(火)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하듯 나진은 불장난을, 엄마는 담배를 끊겠다 약속한다.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엄마의 담배 연기를 끝으로 나진은 엄마의 한숨을 이제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복잡한 감정을 잘 담아낸 주연배우의 연기와 화면을 채우는 섬세한 색감과 조명은 애처로운 인물들의 상황을 깊이 있게 보여 준다.

박사라 / 서울독립영화제2021 기획운영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