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연인들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단편 쇼케이스

김양희 | 2021 | Fiction | Color | DCP | 34min 57sec World Premiere

SYNOPSIS

29세의 대학원생 정안은 어느 날, 선애 누나의 전화를 받는다. 선애는 엄마 친구의 딸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며 알고 지냈다. 5년 만에 연락한 선애는 이혼을 했다며 전남편과 함께 살던 빌라가 팔릴 때까지, 정안에게 집을 봐달라고 부탁한다. 정안은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다니며 인생의 유예기간을 갖던 중이라 선애의 제안을 반갑게 여긴다. 만난 지 얼마되지 않은 연인 지원과 단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들여 꾸민 아늑한 선애의 집에서 정안과 지원은 마치 진짜 부부인 양 생활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 나간다. 그리고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 그들의 부모와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이 집을 떠나간 선애 부부를 생각하며, 언젠가는 찾아올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사랑이 떠나가 버린 집에 누워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사랑이 찾아오고 떠나갔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설렘과 공유의 기쁨, 동시에 쓸쓸함과 고독, 이처럼 다채로운 감정을 영화에 담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양희

김양희

2007 지나갈 어느 날
2013 보청기
2017 시인의 사랑

STAFF

연출 김양희
제작 양정화
원작 정영수
각본 김양희
촬영 지윤정
편집 박기정
조명 홍명수
음악 구자완
미술 진경희
출연 우지현, 이태경, 박소진

PROGRAM NOTE

<내일의 연인들>이 펼쳐 놓는 이야기는 연인의 내일에 관한 것이다. 동시에 연인의 오늘, 또 연인의 과거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모두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관계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유일무이한 삶을 꿈꾸지만, 헤어지고 남는 건 그 모든 과정이 지극히 보편적이라는 깨달음이다. 영화는 한 연인이 헤어지고, 또 한 연인이 시작하는 자리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어릴 적부터 가까이 지냈던 누나 선애의 연락을 받은 정안. 선애는 정안에게 이혼한 자기를 대신해서 잠시 전남편과 함께 살았던 집을 봐달라고 부탁한다. 마침 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정안은 당분간 부부의 흔적이 남은 빈집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의 곁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 지원이 있다. 한때 사랑으로 가득했을 공간은 젊은 연인에게 편안하고 안온한 시간을 안겨 준다. 그 시간은 둘에게 관계의 진전을 선사하기도 하고, 전부 이해하기 어려운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둘이 같이 밥을 해 먹고, 식물을 돌보고, 집을 가꾸는 다정하고 예쁜 모습은 그 집에 살았을 과거 어느 연인들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그러한 사실에서 즐거움과 함께 애틋함, 쓸쓸함을 길어 올린다. 누나는 그 사람과 왜 헤어졌어? 선애의 대답은 글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기쁨과 슬픔을 품은 이 집에서 새로운 연인 또한 알 수 없는 내일을 맞을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헤어진다는 어렴풋한 예감과 그 너머의 미지 사이에서 연인들의 밤이 깊어 간다.

손시내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