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없는지도

서울독립영화제2021 (제47회)

장편 쇼케이스

김성은 | 2021 | Documentary | Color+B/W | DCP | 91min 35sec (K, E)

SYNOPSIS

일상을 담은 영화를 함께 만들기로 약속했지만, 난민 심사에 떨어진 후 야스민은 제주를 떠나게 된다. 그녀가 남긴 편지를 친구들에게 전달하며 마주한 것은 곧 사라질 풍경들과 돌아올 곳을 잃은 존재들이 만들어 낸 지도이다.

DIRECTING INTENTION

섬에 두 번째 공항을 짓기 위한 공사가 시작될 무렵, 내전 중인 예멘을 떠난 야스민은 여러 나라를 거쳐 제주도에 도착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예멘인 549명의 난민 신청은 한국 사회의 큰 쟁점이 되었고 이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에 지쳐 가던 그녀를 만나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사람이 머물고 떠나는 것이 다른 누군가의 판단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나는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 야스민과의 공동 작업을 계획했지만, 그녀가 갑작스레 육지로 떠나며 작업은 무산되었다. 제주에서의 일상을 기록하던 야스민의 카메라에 남겨진 편지는 또 다른 머물지 못할 존재들과 그들의 자리를 지키려는 친구들에게 전해진다. 편지가 전해지는 길 위에서, 그들의 공간에서 오가는 미묘한 파장을 영화로 기록해 보고 싶었다. 사건으로 남거나 구호로 외쳐지기 전, 그 자리에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교류, 관계 그리고 상호작용 같은 것 말이다.

FESTIVAL & AWARDS

2021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김성은

김성은

2017 스물다섯번째 시간
2018 유언
2020 섬퀴어 복희

STAFF

연출 김성은
제작 최혜영
촬영 김성은, 배꽃나래, 이소정, 야스민 알카이피
편집 김성은
미술 주재훈
안무 황무초
출연 야스민 알카이피, 부순정, 에밀리, 그린씨, 한진오, 무밍, 선경

PROGRAM NOTE

영화는 2018년 제주도에 온 예멘 여성 야스민의 편지에서 시작한다. 감독과 친구가 되어 카메라로 기록하는 법을 배운 야스민은 영화를 완성하지 못한 채 결국 제주를 떠난다. 카메라는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흔들리는 이주민의 시선이자 감각으로 제주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장소를 기억한다. 개발이라는 야만이 신화가 되어 해군기지, 제2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하룻밤 새에 비자림로의 삼나무들이 베인다. 비자발적 이주의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은 국경과 경계, 그리고 뿌리에 대해 질문한다. 이주민, 토박이, 연대자 등 제주에 온 이유는 다를지라도 변해 가는 섬의 모습에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실향민처럼 그들의 몸에 새겨진 상실의 감각은 흔들리는 감독의 카메라 속에 고요하게 재현된다. 뿌리 잃은 것들과 바람에 흔들리는 모든 것들을 위한 위로와 연대, 그리고 그것을 기억하고 감각하기 위한 퍼포먼스는 이 영화의 주요한 언어이다. 몸의 퍼포먼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넘어서 자연과 공간에서 맺어지는 관계들을 탐색하고 상호작용하며,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감각한다. 영화는 비자림로 삼나무숲 투쟁과, 제2공항 반대 운동, 예멘 사람들과 함께한 희망의 학교, 강정 해군기지 반대 투쟁, 홍콩 송환법 반대 투쟁이 결코 개별적인 사건이 아니라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은 국적이나 성별이나 출생지에 구속되지 않는 연결성을 획득한다.

박채은 / 서울독립영화제2021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