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양

본선 단편경쟁

김영조 | 2022 | Fiction | Color | DCP | 20min 30sec (E) World Premiere

SYNOPSIS

배탈이 난 신부 우석은 간이화장실에 갇히고 만다. 밤이 되고, 누군가가 찾아와 우석에게 고해할 것을 요구한다.

DIRECTING INTENTION

욕망과 규범 사이의 간극. 유혹이 넘치는 곳에서, 우리는 욕망을 감추고 살아간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김영조

김영조

2020 대물림

STAFF

연출 김영조
제작 박예린
각본 김영조
촬영 김민규 김태훈
편집 김영조
조명 김태권 임현호
음악 안지예
미술 김지혜 권수빈 염홍준
출연 김동혁 안소현

PROGRAM NOTE

스테인드글라스의 푸른 빛이 감도는 넓고 어두운 성당 한편의 좁은 고해실에 앉아 있는 신부는 여신도의 고백을 듣는다. 여신도의 목소리가 말한다. 좋아한다고, 신부님이랑 하고 싶다고. 신부는 매주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하소연하고 나서 죄를 사하는 기도문을 읊조린다. 영화의 제목 ‘어린 양’은 ‘아뉴스 데이(하느님의 어린 양)’에서 관례적으로 말하듯 우선적으로 예수를 떠올리게 한다. 죽음에 이른 예수의 나이와 같은 34살의 극 중 신부는 오늘의 세속을 살아가기 위해 건설업자의 시공비 증액 요구, 현장 책임자의 뇌물 약속, 보르도 와인의 유혹을 겪는다. 와인을 혼자 원샷한 신부는 철거 예정인 야외용 간이화장실에 갇혀 벌판에 버려진다. 부러진 담배를 잇다가 떨어뜨리고 그는 성서 속 예수가 죽음 직전에 다윗의 시를 인용하여 남겼던 마지막 말 ‘어떻게 절 버리십니까(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를 외치고 절 배신하는 거냐고 신에게 묻는다. 신부는 화장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목소리로 존재하는 여신도에게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 낙서와 똥이 가득 찬 야외 화장실은 이제 신부의 고해실이 된다. 스스로 박봉의 월급쟁이 인간일 뿐이라는 그의 고해는 지상이라는 조건에서 살아가는 어린 양들의 범속한 삶 그 자체이다. 쇠사슬에 묶인 화장실 문이 열리고 신부는 안개 낀 황량한 새벽 안으로 내던져진다. 화장실 문은 닫히고 신부만을 위해 존재했던 그 문이 닫힌다. 신부의 대사가 발화되는 방식의 톤 앤드 매너는 우리 이웃과 우리 자신의 모습이 이곳에 함께한다는 것을 증거한다. 비좁은 화장실을 다양한 숏 사이즈로 보여 주며 삶의 비루함을 드러내는 화장실 내부의 풍경은 마침내 벌판에 홀로 선 자 시야의 안개로 이어진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