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길 씨와의 차 한 잔

본선 단편경쟁

유우일 | 2022 | Fiction | B/W | DCP | 15min 46sec (E)

SYNOPSIS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DIRECTING INTENTION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 아닐지도 모른다. 거기서 오는 공포를 표현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2년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2년 제7회 충무로영화제-감독주간
2022년 제2회 성북청춘불패영화제
2022년 제14회 대단한단편영화제

DIRECTOR
유우일

유우일

2018 컨테이너

STAFF

연출 유우일
프로듀서 정지환
각본 유우일
촬영 박용신
조명 박용신
편집 윤슬
음악 임민주
미술 김도연
동시녹음 강찬영
믹싱 강찬영
D.I. 강찬영
조연출 박건
출연 이양희, 임인정

PROGRAM NOTE

소나기가 쏟아지는 날, 소담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영길(이양희)과 정희(임인정) 부부의 대화는 평화롭기 이를 데 없다. 정희는 긴 시간 뱃길에 올랐던 영길의 노고를 다독이며 안온한 미래를 함께 그려 보자고 말한다. 흑백필름 특유의 질감, 후시녹음으로 인해 묘하게 어긋나는 화면과 소리, 1960년대 한국영화와 같은 배우들의 연기, 문어체에 가까운 대사. 세심하게 설계된 <박영길 씨와의 차 한 잔>의 세계에 깊게 몰입할 찰나, 부부의 대화에 균열이 인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두 사람의 말이 엇갈리며 서늘한 틈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의 장소는 부부가 마주 보고 앉은 한 평 남짓 공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부부의 대화 외엔 정보를 얻어 낼 길이 없다. 오랜 시간 배를 탄 영길이 어딘가 이상해진 것일까. 아니면 정희의 기억이 잘못된 것인가. 과연 정희 앞의 남자는 ‘박영길’이 맞는가. 피어나는 의구심을 해결할 방법은 부재하다. “난 당신을 속인 적도 없고 거짓말한 적도 없어.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 거지.” 이후 두 사람의 입을 통해 파편적인 정보가 쏟아지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관객은 뒤따르는 이미지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는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영화라는 가공된 세계에 대한 신뢰를 뿌리부터 전복시키려는 과감한 시도. 프레임 밖으로 논지를 단번에 확장해 나가는 후반의 연출 또한 인상적이다.

조현나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