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동

본선 단편경쟁

허지윤 | 2022 | Fiction | Color | DCP | 20min 36sec (E)

SYNOPSIS

인천의 오래된 동네 가정동에 사는 상운. 그는 육교 너머 신도시 청라에서 일을 한다. 매일 밤 늦게 퇴근하는 상운은 누군가 매일 동네 담벼락에 써 놓은 시를 읽으며 하루하루 위로를 얻는다. 어느 날, 그는 매일 바뀌던 시가 바뀌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

DIRECTING INTENTION

인천 서구 가정동은 인천의 오래된 동네입니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시’를 통해 위로받고 또 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영화로써 이 공간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회 대청호가그린영화제 새로운시선상
2022 제9회 가톨릭영화제
2022 제7회 충무로영화제-감독주간
2022 제25회 도시영화제

DIRECTOR
허지윤

허지윤

2017 새사람
2020 트레비

STAFF

연출 허지윤
제작 배철하
각본 허지윤
촬영 임동환
조명 김남조
음악 에리카 김
사운드 양정원 (개화만발 스튜디오)
동시녹음 이장영
조연출 이보라
출연 이서한, 김경희, 신운섭

PROGRAM NOTE

인천 서구 가정동에는 콜롬비아 육교가 있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도움을 준 콜롬비아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지금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일하겠다고 이 육교를 건넌다. 이런 현실을 누군가가 하얀 칠판에 시(詩)로 적어 주택가 담벼락에 걸어 놨다.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상운(이서한)은 ‘콜롬비아’를 비롯해 매일같이 바뀌는 시를 읽으며 위안받았다.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담배 한 갑을 사 칠판 뒤에 놓아두면 무명의 시인은 그 담배를 피우며 시를 쓴다. 시가 관계의 육교가 되어 상운이 무명의 시인과 대면하지 않으면서도 교감하는 것처럼 우리는 섬과 같은 존재로 지내는 와중에도 알게 모르게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상운에게는 무명 시인뿐 아니라 고깃집에서 함께 근무하는 미혜(김경희) 아줌마가 그렇다. 미혜와도 역시 시를 통해 돈독해진 관계다. 사정이 생겨 고깃집에 나오지 못한 미혜를 우연히 만나 상운은 함께 바다로 향한다. 상운과 미혜 각자에게는 모두 아픈 사연이 있는데 이들 뒤의 배경으로 섬과 섬을 연결한 다리가 보이는 것처럼 어떤 계기로 맺어진 관계는 서로에게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극 중 배경인 가정동 또한 여느 도시처럼 재개발 아파트 건설 문제로 고유의 지역성을 잃어가고 있다. 콘크리트와 물질만능주의로 척박해지는 가운데서도 사람들 사이에 맺어진 관계가 희망으로 가는 육교가 될 거라고 <가정동>은 시의 유효함을, 연대의 힘을 믿는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