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본선 장편경쟁

서한솔 | 2022 | Fiction | Color | DCP | 125min 28sec World Premiere

SYNOPSIS

동주(32세, 남)는 8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떨어진다. 스스로 마지막이라 여겼던 해에도 결국 시험에 떨어지자 동주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 주변의 걱정과 관심마저도 본인을 향한 압박처럼 느껴진 동주는 도망치듯 서울을 떠난다. 지나간 인연들과 재회하고 또 우연한 만남을 하게 되면서 동주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DIRECTING INTENTION

우리 세대는 오랜 시간 동안 ‘ㅇㅇ준비생’으로 사는 삶에 익숙합니다. 남들은 가을을 맞이해 결실을 맺는 동안 혼자 여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듯 우리에게도 우리의 시간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서한솔

서한솔

2020 종착역

STAFF

연출 서한솔
제작 나도율, 서한솔
촬영 이은혜
편집 서한솔
동시녹음 박가연
출연 기진우, 정미형, 이태진, 강윤정, 안민영

PROGRAM NOTE

동주는 8년째 도전하는 공무원 시험에 이번에도 낙방한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정규직을 제안받지만, 선뜻 수락하기 힘들다. 일과 집, 너와 나 사이에서, 동주는 무슨 연유인지 주저하고 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계획 없이 오른 여행에서 동주는 여러 사람을 만난다. 오랜만에 재회한 군대 동기의 안정감에 초라한 밤을 보내고, 공원의 아이들은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결혼을 앞둔 전 여자 친구는 그에게 진짜 말을 하지 않는다 한다. 지인을 만나든 타인을 만나든 별다른 사건이나 격정은 한사코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 <늦더위>는 목표를 잃은 인물이 겪는 막막함에 조용히 공감하며, 조용히 그와 동행하는 로드무비이다. 여행이 주는 의외의 활력을 기대했건만, 동주에게도 관객에게도 그것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은 그러한 리듬이 놀랍도록 보편적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푸릇한 시절을 통과하여 생장의 정점에 머무는 여름날, 계절도 사람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어떤 다음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이곳에서 저곳으로 시간과 공간이 묘하게 서로 이어져 있는 길 위에서, 전날 밤 동창들과 오르기로 했던 고향의 산엔 결국 동주 혼자 오른다. 정상은 역시 기대했던 것과 달라, 나무들이 시야를 가린다. 산에서 내려와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집. 무심히 계절이 흐르는 것처럼, 삶이 순환한다. 다시 제자리에 선 동주, 그의 내일도 침묵의 해답도 그렇게 흐르는 삶 가운데 있으리라.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2022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