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

새로운선택 단편

최희현 | 2022 | Documentary, Experimental | Color | DCP | 19min 34sec (E)

SYNOPSIS

이미지에서 감춰지는 수많은 것들 중에는 언제나 카메라가 있다. 영화는 1950년대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촬영한 한국 여성의 사진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틀어 재구성한다. 카메라를 모든 것을 담아내는 객관적인 눈이 아닌 이미지 안의 위계를 전복시키는 힘을 가진 매개로서 프레임 안에 드러내고자 한다.

DIRECTING INTENTION

<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1950년대와 60년대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이 한국 여성을 촬영한 이미지들을 재조명 및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이 사진들은 당시 한국의 미군 부대 내에서 공연을 하는 다양한 모습의 한국 여성들을 담고 있으나 해당 여성들이나 촬영한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어진 상태이다. 영화는 사진들에서 드러나는 역사의 빈틈, 그리고 피사체와 촬영자 또는 피사체와 카메라 사이의 위계에 주목하며 카메라의 필연적 주관성으로 인해 프레임의 주변부로 밀려난 것들을 다룬다. 슈퍼 8밀리 필름으로 촬영된 20분의 러닝타임은 수십 장의 사진들의 프레임, 뒷면, 그리고 그림자를 카메라에 담아내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다.

FESTIVAL & AWARDS

2022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DIRECTOR
최희현

최희현

2019 종이접기 튜토리얼
2020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1장
2021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2장

STAFF

연출 최희현
촬영 김진수

PROGRAM NOTE

평범한 듯 이상한 구도로 시작한다. 한 인물이 옆으로 앉아 사진 뭉치를 넘기고 있다. 얼굴 높이에 정사각형 거울이 있다. 촬영 중인 검은색 렌즈가 거기 정면으로 비친다. 밋밋한 감상주의가 끼어들기 힘든 구도다. 사진들은 1950년대와 60년대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며, 미군 부대에서 공연하는 한국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이라는 직사각의 종이는 대개 앞면에 모든 정보가 묻어 있는 형태이다. 그러나 뒤집으면 예상치 못한 메모가 발견되기도 한다. 작가 미상의 사진에서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는 설명일 테지만, 결코 사진 속 생경하고 기괴한 풍경을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한다. ‘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란 제목은 유독 빽빽이 적힌 뒷면의 영어 메모에서 따온 구절이다. 인물의 손이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사진을 찾더니, 한글로 새로운 메모를 적는다. 거울은 사진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보여 준다. 거울 표면에서 앞면과 뒷면의 정보가 충돌한다. 순간 스크린에서 프레임이 탈락한다. 영화가 스스로의 존립 근거를 불신하며, 작가 미상의 사진처럼 변한다. 지금 본 것은 이미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이었거나, 하나의 정물을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방금 본 것이 정말 보인 그대로인가? 알쏭달쏭, 스크린 밖에 나온 인물은 당신의 사진의 철학이 궁금하다.

김주은 / 서울독립영화제2022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