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새로운선택 단편

김현탁 | 2022 | Fiction | Color | DCP | 20min 23sec

SYNOPSIS

을지로에서 오랫동안 스피커를 고쳐 온 성구에게 새로 이사 온 정아가 스피커 수리를 맡긴다. 코일이 다 타 버려 예전의 소리와 똑같은 소리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아가 아쉬워하자 성구는 최선을 다해 그녀가 좋아했던 소리를 찾아 주려고 애를 쓴다.

DIRECTING INTENTION

예전과 많이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가는 을지로라는 공간 속에서 오래 동안 머문 사람과 새로 온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2회 전북독립영화제

DIRECTOR
김현탁

김현탁

2017 동구 밖
2021 아이
2022 첫눈길

STAFF

연출 김현탁
제작 이혜진
각본 김현탁
촬영 왕선호
편집 박세영
사운드 고아영
음악 이문혁, 이태원
미술 심지윤
의상 김효림
스크립터 신효진
출연 강길우, 주보영, 김민수

PROGRAM NOTE

을지로는 서울의 중심지에 해당하면서 철물점 골목 같은 경우는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멈춘 듯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공구점 사이로 디자인실이, 다방이, 음악 카페가 몰려 있어 요즘 말로 하면 ‘레트로’ 감성으로 주목받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사랑이 싹튼다면 어떤 형태일까. 성구(강길우)는 음향기기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골목 라인에서 디자인 작업실을 운영하는 정아(주보영)가 스피커를 고쳐 달라며 알은체를 해 온다. 성구는 관심 없는 척 정아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그걸 계기로 식사도 같이하면서 친해진 둘 사이. 정아는 성구에게 이곳 골목 사람들은 아는 얼굴을 마주쳐도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궁금해한다. 성구는 그냥 불편해서 그런 거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답변한다. 정아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정도로 적극적이라면 성구는 무뚝뚝한 사람이다. 대신 성구는 한번 받아들인 부탁은 어떻게든 들어주려 하고, 정아는 상황의 추이에 맞춰 유연하게 판단하는 편이다. 성구가 고전적이라면 정아는 현대적이다. 이 때문에 가치가 충돌하자 웬만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구가 폭발한다. “음악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뭘 제대로 알고 말씀하셔야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 착각하고 그래요.” 스피커로 맺어진 인연, 사랑을, 감정을 표출하는 마음속 스피커의 성능이, 아니 성격이 달라 이들은 끝내 불편한 사이가 된다. 이제는 서로 마주쳐도 고개 한 번 까딱하는 거로 인사를 갈음하며 모른 척, 신경 쓰는 관계가 되었다. ‘을지로’ 철물점 골목의 사람들처럼 말이다.

허남웅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