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선택 단편

국도원 | 2022 | Fiction | B/W | DCP | 17min 23sec (E) World Premiere

SYNOPSIS

가영은 밤마다 고장 난 창문으로 몰래 쓰레기를 버린 사람을 찾아 나선다.

DIRECTING INTENTION

내면의 시각화를 통해 영상 언어 표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려 했습니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국도원

국도원

2021 보통사람

STAFF

연출 국도원
제작 국도원
각본 국도원
촬영 김윤기
조명 김주안
편집 박주희
음악 이명로
미술 동현정, 김민진
출연 김유라, 정은지, 윤혁진, 강종성

PROGRAM NOTE

시대는 타인의 관심이 자신에 대한 버그가 되어 세계가 오작동하는 데 이르렀다. 영화는 자신의 목을 조르는 사람 위의 문구 “너의 사랑을 나에게 줘”로 시작한다. 하지만 너의 사랑은 내 삶의 족쇄가 된다. 사랑을 갈구하는 울음소리는 스스로를 죄는 비명이 된다. 소셜 미디어 속에서 피투성이 토끼가 되어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여 받은 대가가 기실 검은 쓰레기 봉지나 다름없는 것으로 판명난다. 타인의 관심은 내 삶의 영역에 투기된 쓰레기나 다름없다. 창문 밖 빛 속에 앉아 있던 노인은 주인공의 질문에 그들은 “제일 무서우면서도 하찮은 존재”일 뿐이라고 말한다. 2층의 커플 역시 다른 사람의 관심으로 살면서 그 관심의 화살을 주인공에 돌린다. 주인공의 집에 또 다른 쓰레기가 투기된다. 한 줄기 빛이 들어오던 창문까지 검은 쓰레기 봉지로 막힐 때 주인공의 세상은 진정 어둠에 잠긴다. 주인공은 2층 커플의 집 안 풍경 안에서 그들과 자신 모두 이 세상에 스스로를 결락시키고 있음을 비로소 바라본다. 내면세계가 세상과 분투하는 리얼함의 강도는 이 작품에서 표현주의적 양식의 폭발을 요구했다. 머릿속이 쓰레기로 가득 찬 것 같다는 비유는 말 그대로 흑백의 미장센이 된다. 내 인생의 오작동 요인인 버그들은 온 마루를 기어 다닌다. 주인공이 갇힌 방은 주인공 머릿속 세계의 구현이 되고 직접적 지시물이 된다. 타인의 관심과 비웃음이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해될 때, 비로소 이 영화에서 빛의 세계를 볼 수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갈구가 스스로 나락에서 벗어나는 결단에 이를 때 어둠이 물러간다. 흰 빛 속의 주인공이 우리를 초대하기 위해 서서히 몸을 뒤로 돌리기 시작한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