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맨

새로운선택 장편

기모태 | 2022 | Fiction | Color | DCP | 130min (E)

SYNOPSIS

“그래 이 x같은 세상아. 니들끼리 잘 처먹고 잘 살아라!” 목에 걸린 금메달과 뒷주머니엔 사진 한 장, 그리고 불편한 허리. 인목은 지나가는 노인만 봐도 눈에 쌍심지를 켜는 40대 중반이다. 허름한 집마저 강제 퇴거 통보를 받게 되자 속세를 벗어나겠다며 당차게 산을 오르는 인목인데, 그러나 출가마저 자격이 필요하다. 체면은 있고 갈 곳은 없어 지친 그는 한적하고 그늘진 다리 밑 생활을 시작한다. 다리 밑에 먼저 거주하고 있던 할배는 인목을 보고 미소 짓지만 영 기분이 나쁘다. 추울 때도 할배에겐 반듯한 박스 침낭이 있다. 이에 보란 듯이 박스를 주워 침구를 만들기 시작하는 인목. 하지만 박스 줍기는 쉽지 않고 각자의 구역에는 임자들이 있다.

DIRECTING INTENTION

경제의 허리라 불리는 40대. 일명 낀 세대. 무너지면 끝, 사다리 없는 세대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 문제는 누구도 주목해 주지 않는다. 한때는 엑스세대라 불리며 알 수 없는 세대였으나 그들 눈에 지금 젊은이들은 더더욱 알 수가 없다. 기존 것에 저항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으나 어느새 꼰대라 불려 간다. 사실 이리저리 끼어 있는 세대인 것은 모두에게 해당 될 것이다. 단지 우리는 그 중간에 서 있는 40대 중반 주인공의 눈을 빌려 바라본다. 그러나 빌려만 볼 뿐 이 영화조차 인목이 괴로워하거나 감정을 호소하면 우리는 멀어진다. 세대가 다를 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우리는 누구의 입장을 공감해 줄 수 있을까?

FESTIVAL & AWARDS

20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기모태

기모태

2021 좀비가되고싶다

STAFF

연출 기모태
제작 기모태
프로듀서 장현준
각본 기모태
촬영 서근원
편집 장현준
사운드 장메기
출연 곽진, 강한나, 장현준, 김병수

PROGRAM NOTE

강제 퇴거당한 인목은 갈 곳이 없는 중년 남자다. 그의 목에 걸린 메달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게 만들 뿐 이제는 인목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거추장스러운 액세서리일 뿐이다. 한때는 메달리스트였지만 지금은 그저 다리 밑에서 살면서 폐지를 줍고 버려진 박스로 집을 만드는 남자 인목의 비정한 현재를 기모태 감독은 우울하고 쓸쓸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마치 현대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우화처럼 만들어진 영화 <페이퍼맨>은 이상하게 유쾌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이는 캐릭터의 옷을 꼼꼼히 챙겨 입은 배우들의 앙상블 때문이기도 한데 <페이퍼맨>의 백미는 바로 만든 이들의 노고와 진심이 느껴지는 영화의 어떤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배우 곽진을 비롯해 장현준과 강한나, 강대욱은 물론 연출과 연기를 겸한 기모태 감독까지 <페이퍼맨>에 참여한 모두는 이 앙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성한 뉘앙스로 만들기 위해 서로를 끌어안고 나아간다. 과거의 영광에도, 지금의 수치에도, 그리고 미래의 불안에도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만든 이들의 안간힘은 두 시간 넘는 러닝타임 동안 차곡차곡 쌓여 끝내 보는 이들의 마음에 어떤 진한 자국을 남긴다. 블랙코미디로서도 사회 드라마로서도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만든 이들의 다음이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진명현 / 무브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