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만세

새로운선택 장편

임오정 | 2022 | Fiction | Color | DCP | 109min (E)

SYNOPSIS

수학여행을 가는 대신 자살을 계획한 나미와 선우. 두 외톨이 소녀는 성공 직전에 자신들의 인생을 곤두박질치게 만든 원흉, 박채린의 행복한 근황을 알게 된다. 계획을 보류하고 복수의 칼날을 갈며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 서울로 향하는데, 가까스로 만난 채린은 새로 태어난 듯 선하게 변해 있다.

DIRECTING INTENTION

지옥을 견뎌 낼 진짜 용기에 대하여.

FESTIVAL & AWARDS

20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촬영상

DIRECTOR
임오정

임오정

2009 거짓말
2013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018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STAFF

연출 임오정
제작 김세훈
각본 임오정
촬영 정그림
조명 이큰솔
편집 최경윤
음악 구자완
미술 김진영
출연 오우리, 방효린, 정이주, 박성훈

PROGRAM NOTE

또 학교 폭력 이야기냐고 지레 손사래를 칠 필요는 없겠다. 짧은 도입부에 이어 경쾌한 크레디트를 보다 혹시, 라고 생각했다면 맞다. 그렇다고 해서 지혜로운 대답을 듣겠다고 귀를 쫑긋거리지는 말고. 애초에 당사자들이 해법을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 아닌가.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떠난 날, 왕따로 연결된 두 여학생 나미와 선우는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다.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문제아 채린의 행복한 근황을 알게 된 나미는 그의 인생에 생채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기껏 서울로 올라간 둘 앞에 등장한 채린은 죄를 씻고 구원을 찾은 것처럼 군다. 여기서 영화는 믿음과 의심 대신 다른 질문을 던진다. 가족과 자신의 우울한 처지에 세상이 지옥처럼 느껴진 나미와 선우는 죽음을 꿈꿨다. 낙원을 갈망하며 기도하는 채린과 종교 집단의 입장이라고 해서 기실 다를 바 없다. 지옥과 낙원은 동전의 양면일 뿐, 영화는 왜 모두가 삶보다 죽음에 열중하는 이상한 형국이 되었는지 묻는다. 나미가 엄마의 돈을 훔칠 때 흘러나오던 노래는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라고 말했다. 세상은 아이들이 살아 보기도 전에 죽음을 가르쳤고, 그래서 사는 게 별거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은 “살아라”가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우선 죽으면 안 된다. 나미가 채린에게 건넨 마지막 말은 “절대 죽지 마!”다. 이왕 잘못 산 거 어쩌겠냐만, 그래도 살아 있는 한 되돌릴 수 있으니까.
이용철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