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자들

새로운선택 장편

최혁진 | 2022 | Documentary | Color | DCP | 84min

SYNOPSIS

어느 날, 친구 지환이가 신용 불량자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험 설계사로 승승장구했던 그였기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가 빚을 갚는 과정을 담고 싶었고, 동시에 그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 영화는 빚을 갚아 나가는 지환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혁진 두 사람이 함께하는 일종의 표류담이다.

DIRECTING INTENTION

작은 요소들을 중요시하고자 했다. 그를 둘러싼 작은 세계를 잘 기록할 수 있다면 공간을 통해 인물을, 동시에 인물을 통해 공간을 보여 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카메라는 정직하게 렌즈 앞의 현상을 기록한다. 바로 지금 눈 앞에 지나가는 작은 움직임은 엮이고 엮여서 큰 하나의 동작이 될 것이다. 마치 작은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듯이.

DIRECTOR
최혁진

최혁진

2020 오오카가와 강
2020 방문객들

STAFF

연출 최혁진
제작 최혁진, 김솔
촬영 최혁진, 김솔
편집 최혁진
출연 김지환, 최혁진

PROGRAM NOTE

감독은 하루아침에 신용 불량자가 된 친구가 재기에 성공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 친구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방법은 동고동락식 촬영. 감독은 친구가 일하는 곳에 함께 나가 일하고, 친구와 함께 퇴근해 같은 집으로 돌아와 밥을 해 먹는 식으로 생활을 공유하며 촬영을 이어 가려 한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최대한의 자연스러움을 담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실천적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고동락은 얼마 가지 못해 끝이 나고 감독은 지금까지의 방식에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방향과 방식으로 촬영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자신을 다잡아 보지만 생각만큼 쉬이 길이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삶의 행로가 바뀐 친구, 예상과 달리 흘러가는 촬영까지. 겹겹의 표류다. 영화는 동고동락이 중단된 연유, 그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 그 후의 모색이 충분히 설명되고 뚜렷하게 드러나는 방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공백을 있는 그대로 둔 채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쪽을 택한다. 대신 도시의 또 다른 표류의 감각과 존재들에게 눈길을 주면서. 이것은 실패의 순순한 인정일까, 카메라 앞 친구를 향한 최대한의 예의일까. <표류자들>은 그 사이 어디쯤 있는 듯하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