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

로컬시네마

이경호, 허지은 | 2021 | Fiction | Color | DCP | 20min (E)

SYNOPSIS

낯선 곳에 와서 배회하는 두 사람이 있다. 기다리는 일에 지친 사람에게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다.

DIRECTING INTENTION

꿈을 가진다는 건 오래 기다리는 일 같다. 지치는 일도 있다. 어떤 희망은 때론 차가운 공기 속에서 주섬주섬 말을 건넨다. 첫눈처럼.

FESTIVAL & AWARDS

2021 제12회 광주여성영화제 귄 작품상
2021 제22회 대구단편영화제
2021 제22회 제주여성영화제
2021 제10회 광주독립영화제
2022 제39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2022 제13회 광주여성영화제

DIRECTOR
이경호, 허지은

이경호, 허지은

2018 신기록
2019 해미를 찾아서
2021 고마운 사람

STAFF

연출 이경호, 허지은
프로듀서 이세진
각본 이경호, 허지은
촬영 유명상
편집 이경호, 허지은
색보정 유명상
분장 성미란
동시녹음 김준익
조연출 김소영
출연 한혜지, 계예린, 서지우

PROGRAM NOTE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은 무엇도 될 수 없다는 말과 닮았다. 누군가의 뒤편에서 오가다 끝나는 건 아닌지, 결국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는지 알 길이 없다. <행인>은 기다림의 시간을 나눠 가진 선화와 화이를 담아낸다.
선화는 아직 시나리오에 이름 한 줄 올리지 못하는 배우다. 행인 역할로 영화 속 배경이 되기 위해 산길을 헤맨다. 주어진 대사는커녕 대본도 없고, 대기 장소는 언제나 마땅하지 않다. 지나는 길 비석에 적힌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글귀에 선화의 마음은 아려 온다. 베트남에서 온 화이는 딸을 임신했다. 드라마와는 다른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중이다. 화이는 싫어하는 등산까지 해 가며 고향에서 본 적 없는 눈이 내리는 장면을 마중 나왔다. 촬영을 기다리는 선화와 첫눈을 기다리는 화이가 마주한다.
둘의 태도는 다르다. 선화는 지쳤고, 화이는 아직 궁금하다. 반면 상황은 비슷하다. 불안한 꿈을 좇는 일과 이주해서 살아가는 일 모두 녹록하지 않다. 다른 듯 닮은 선화와 화이는 영화 내내 드물게 눈을 맞춘다. 헤어지며 손을 맞잡는 일도 없다. <행인>은 두 사람에게 간단히 연대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낮은 희망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선화와 화이가 내리는 흰 눈을 향해 시차를 두고 손을 내밀어 보이는 장면은 서로를 향한 조심스러운 기도처럼 다가온다.
김민범 / 서울독립영화제2022 데일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