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옹다옹

로컬시네마

김본희 | 2022 | Documentary | Color | DCP | 20min (K, E)

SYNOPSIS

경주의 한 시골 마을, 차 하나 들어가기에도 좁은 시골길 끝엔 읍천댁 할머니의 집이 있다. 작은 부엌방에서 홀로 하루를 다 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읍천댁의 하루는 누구보다 시끌벅적하다. 매 끼니마다 밥 달라고 야옹거리는 고양이 쫑이부터, 하루에도 두세 번씩 좁은 길을 따라 읍천댁을 보러 오는 전안댁 할머니까지. 날마다 투닥거리고 욕하고 아옹다옹하지만, 밭일을 하고 간식을 먹는 읍천댁의 곁엔 항상 전안댁과 쫑이가 있다.

DIRECTING INTENTION

시작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던 고양이 울음소리였다. 할머니네로 매일 밥을 먹으러 온다는 고양이 쫑이의 울음소리. 쫑이의 근황을 물으며 시작했던 대화는 할머니의 하루 생활, 요즘 관심거리, 근심거리로 끝이 났다. 어째서 나는 고양이에 대해 물었는데 할머니에 대해 알게 되었을까? 할머니네로 향하는 쫑이의 발걸음을 세다 보니 할머니를 찾아오는 전안댁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막내딸이 보내 주는 사료로 온 동네 고양이의 아침저녁을 챙겨 주는 전안댁 할머니. 자신을 불러 주고 매일같이 곁에 와 지켜 주는 쫑이를 친구라고 말하는 읍천댁 할머니. 두 할머니는 육십 년 넘게 상계리 마을에서 동갑내기 친구로 지냈다. 육십 년째 서로를 찾아오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곁을 지켜 주는 우정은 어떤 것일까? 작은 수박 조각을 더 작게 나누어 먹는 것, 친구의 밭에 함께 씨를 뿌려 주는 것. 아옹다옹 다투고도 내일이면 또다시 나를 찾아와 줄 것을 아는 것. 부럽도록 따뜻한 읍천댁과 전안댁, 그리고 쫑이의 우정은 오늘도 상계리 마을에서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FESTIVAL & AWARDS

2022 서울국제환경영화제
2022 서울여성독립영화제
2022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2022 대구단편영화제
2022 EBS국제다큐영화제
2022 서울동물영화제

DIRECTOR
김본희

김본희

2019 바다와 나의 변화
2020 자라는 도시, 흐르는 풍경

STAFF

연출 김본희
촬영 김본희
편집 김본희
음악 임보미
음향 고은혜
번역 송소연
출연 하무순, 김필선, 쫑이

PROGRAM NOTE

이 작품은 읍천댁과 쫑이, 전안댁의 대화가 전부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두 할머니와 동네 고양이들의 하루 일상을 스케치한 소품에 불과하다고 하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읍천댁과 쫑이의 극단적인 귀여움이 동의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읍천댁의 끊이지 않는 혼잣말들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말과 행동은 대개 그 사람의 지난 삶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다면 사람이 오래 살았다고 해서 삶의 혜안이나 지혜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왜 그 말이 맞는지 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읍천댁과 전안댁은 서로 친구 없다고 비난하지만 누구보다 친구가 많은 사람들이다. 쫑이, 살찐이, 깨 훔쳐 먹는 새, 그리고 청개구리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친구들이 있는데 그 이유는 누구와도 싸우지 않기 때문이고, 싸우지 않는 이유는 싸워 본 적이 없어서 싸울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쫑이와 절친이 되어 서로를 지켜 주고, 이들의 집 마당이 길고양이들로 가득하고, 툭툭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도 삶의 혜안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같이 살기’가 팔십 평생에 걸쳐 완전히 체화된 두 분의 인생에 비하면 이 귀여운 영화는 그저 먼지와도 같은 하루를 우리에게 보여 줄 뿐이지만 그 하루만으로도 사랑보다 혐오가 득세하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코딱지만큼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박광수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