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편지

단편 쇼케이스

유시형 | 2022 | Fiction | Color+B/W | DCP | 25min (K, E) World Premiere

SYNOPSIS

영화가 금지된 시대에 태희, 희준, 용석, 현성, 효진은 기억이 머물러 있는 어떤 공간에 도착하여 (각자의 방식대로) 영화를 생각하고 추억한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영화를 만나기 위해 또 다른 길을 떠난다.

DIRECTING INTENTION

2022년 지금 이 시대에 영화는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네마일까 디지털 시네마일까. 그리고 이것은 정말 필요한 질문일까.

DIRECTOR
유시형

유시형

2013 경복
2013 농담
2014 서울연애 Ep.1 영시
2015 연무
2018 영시

STAFF

연출 유시형
제작 김동환
각본 유시형
촬영 김현석
편집 유시형, 황민하
미술 신한섭
동시녹음 노승국
사운드 고아영(포스트K)
조감독 황민하
출연 김태희, 송희준, 고용석, 양현성, 임효진

PROGRAM NOTE

영화가 금지된 시대라는 극 중 상황을 바로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단서는 영화 보는 것을 들킬까 두려워하는 인물들의 태도에 오롯이 달려 있는 것만 같다. 텅 빈 철로는 <열차의 도착>이라는 영화의 초기 역사마저 지워진 세상을 뜻하는 걸까? 철길에 비스듬히 누워 무언가를 (아마도 시나리오를) 쓰던 인물은 하나둘 사람이 모이자 함께 어디론가 떠난다. 커다란 가방과 삼각대는 이들이 모인 이유를 짐작케 한다. 어떻게들 서로 아는 사이인가는 불분명하다. 한마디 말이 오가지 않지만 몇몇은 둘러앉아 창작하고, 혼자 떨어져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지독한 개인주의자들의 모임이거나, 대화를 쉽사리 꺼내지 못할 만큼 애틋한 만남이거나, 비밀스러운 의식이 벌어지기 직전일 것 같다. 헝겊으로 만든 스크린이 폐창고에 설치되고 밀반입한 영화가 마침내 영사된다. 어떤 장면에선 춤을 추다가도 어떤 장면은 그저 바라볼 뿐. 금지된 영화가 감독의 이전 영화 <경복>임을 눈치채더라도 그게 핵심은 아닐 것이다. 영화가 금지된 시대는 어떤 관객이나 창작자의 마음에도 자리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결국 ‘어떤 영화가 억압받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고, 그다음 질문으로도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당신은 기꺼이 편지를 쓰겠습니까? 그 영화를 구할 편지를?

김주은 / 서울독립영화제2022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