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스

장편 쇼케이스

원태웅 | 2022 | Documentary | Color | DCP | 80min 23sec (E)

SYNOPSIS

1980년대 서울 천호동에는 유니버스백화점이 있었다. 백화점 앞에는 우주선 모양의 놀이 기구가 있었고, 놀이 기구를 탑승하면 광활한 우주가 펼쳐졌다. 이때 본 우주의 모습은 유년기의 장소들과 결합되어 기이한 형태의 꿈으로 나타나곤 했다. 현재까지도 불현듯 찾아오는 이 기묘한 꿈의 근원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풀리지 않는 의문을 해결하고자 유니버스백화점과 유년기의 장소들에 대한 기억을 파헤쳐 보기 시작했다.

DIRECTING INTENTION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오래된 기억이 불쑥 찾아올 때가 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유니버스백화점 또한 어느 날 불현듯 찾아왔다. 백화점에 대한 기억은 아득하기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이 순간 같은 시공간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기도 하다. 아득함과 생생함. 서로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두 간극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뒤엉켜 있다. 이 감정의 근원은 유년 시절의 장소들에 있고, 이제 그 장소들을 통해 아득함과 생생함의 거리를 좁혀 보려 한다. 그 시도의 출발선상에 유니버스백화점이 있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2022 제24회 부산독립영화제

DIRECTOR
원태웅

원태웅

2012 장 보러 가는 날
2014 아들의 시간
2019 나의 정원

STAFF

연출 원태웅
제작 김일권
촬영 원태웅, 이수유
조명 최윤묵
편집 원태웅
음악 강민국

PROGRAM NOTE

유년의 기억, 그때 그 시절을 보낸 공간의 흔적, 그로부터 얻게 된 멜랑콜리한 감정과 애틋한 감성의 자국들. 원태웅 영화의 주요한 모티프이자 근간은 상당 부분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오갔던 천호동의 코오롱상가가 곧 재개발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1980년대 그곳 일대에 세워진 유니버스백화점을 둘러싼 기억을 끄집어 올려 본다. 백화점 앞에는 우주선 모양의 커다란 놀이 기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다. 기억 소환의 방법으로 그가 끌어온 건 최면요법. 직접 최면 상담을 받으며 그는 자신의 아스라한 기억 저편의 조각들과 다시 만난다. 잠꼬대 같기도 한 최면 상태의 말들이 들려오면 화면에는 꿈인지 환상인지 상상일지 모를 이미지의 실험과 중첩이 펼쳐진다. 감독 개인의 사적인 기억과 경험에 전적으로 기대는가 싶던 영화는 당시 유니버스백화점을 기억하는 또 다른 사람들의 구술을 통해 유니버스백화점을 둘러싼 공통의 기억을 어스름하게나마 맞춰 나간다. 여기에 아카이브 영상의 활용까지 더해지며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던 역사의 한 시절과 접속한다. 느슨한 형태의 공동의 기억 지도랄까. 논픽션에서 출발해 픽션을 경유해 다시 논픽션의 세계로 이어지거나 그 사이에서 무한 루프 하는 형식의 영화다. 원태웅의 실존과 창작, 두 세계가 이어지는 지점에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색다른 SF물, 심리 드라마, 논픽션 다이어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