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슬립

장편 쇼케이스

김태훈 | 2022 | Fiction | Color | DCP | 112min (E)

SYNOPSIS

이른 아침, 기영은 출근길에 집 앞 평상에서 자고 있는 길호를 발견한다. 길호는 가정 폭력을 못 이겨 가출한 청소년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기영은 며칠간 길호를 재워 주게 되고, 길호도 기영에게서 온정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에 대한 기영의 분노가 길호를 찾아온 친구들을 향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불화가 일어난다.

DIRECTING INTENTION

나는 예술강사라는 이름으로 긴 시간 동안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나 왔다. <빅슬립>은 내가 만난 수많은 상처 받은 아이들과 아무런 대가도 없이 기꺼이 그들을 안아 준 어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FESTIVAL & AWARDS

2022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배우상, 한국영화감독조합 메가박스상, 오로라미디어상

DIRECTOR
김태훈

김태훈

2015 영영
2014 명희
2009 졸업유감

STAFF

연출 김태훈
제작 권보람 권보람
각본 김태훈
촬영 구두환
조명 김주일
편집 김태훈, 손연지
음악 박현웅
미술 이미지
동시녹음 정종호
음향 이주석
출연 김영성, 최준우

PROGRAM NOTE

추운 겨울, 공장 노동자 기영은 집 앞 평상에서 잠자고 있는 열일곱 살 가출 청소년 길호를 발견한다. 겉으로 보면 한없이 까칠하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정이 깊은 기영은 오갈 데 없는 길호를 제집으로 들이고 얼마간 머물 수 있게 한다. 가정 폭력에 시달릴 바에는 차라리 허허벌판 길 위로 나서는 게 낫다고 생각한 길호였다. 그런 소년을 보면서 어쩌면 기영은 지난날의 자신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억지로 무리해 가까워지는 법 없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되 서로를 신경 쓰기 시작한다. 기영의 입장은 비교적 정확하다. 열일곱이면 자기 인생 자기가 살면 되니 당분간은 여기서 머물되 살 방법을 찾으라 한다. 그러나 이 동거는 얼마 못 가 기영 없는 집에 길호의 친구들이 들어와 잠을 자면서 어그러지고야 만다. <빅슬립>을 잿빛 공장 노동자의 삶과 사회의 보호 밖 10대들의 암울한 이야기로 지레짐작한다면 명백한 오해다. 영화는 편히 잠들 수 있는 공간과 시간과 환경조차 위협받고 있는 약한 존재, 그 완벽한 타인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어른의 세계를 그리는 데 전심을 기울인다. 잠이라는 가장 고요한 순간, 무방비 상태를 온전히 맞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가장 깊고 따뜻한 잠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인간의 드라마다. 거칠지만 그 안에 섬세한 감정의 파고를 만들어 낸 김영성과 유약하기보다는 단단함이 엿보이는 최준우 두 배우의 호흡도 빛난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2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