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키스

장편 쇼케이스

황수빈 | 2022 | Fiction | Color | DCP | 121min

SYNOPSIS

아내를 잃은 후 영혼 없이 살아가는 동화 작가 조용희. 그는 아내가 그림을 그리던 방에만 가면 과호흡 증상을 일으켜 오랫동안 그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방에서 이상한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용기를 내 방문을 열어 보는 용희. 아내의 방 천장에 물이 새고 있었고, 재인이 몰래 숨겨 놓은 새끼 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재인은 고양이를 키우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설상가상 천장을 수리하러 온 목수 하로언은 방치된 방을 고양이 방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용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DIRECTING INTENTION

넘어졌을 때 괜찮냐고 물어봐 주는 것보다 같이 넘어져 주는 것. 그것이 어떤 일이든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라면 응원해 주는 것. 내가 아픈 것보다 그 사람이 아플까 봐 더 걱정되는 것.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보고자 했습니다.

DIRECTOR
황수빈

황수빈

2019 벚꽃엔딩

STAFF

연출 황수빈
제작 김순모, 김상범
프로듀서 지성한
촬영 이진근
조명 안경훈
편집 김현경
음악 김종근
조감독 배지택
출연 Cast 오동민, 류아벨, 신수아, 심이영, 신동력, 신민서

PROGRAM NOTE

어쩌면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 깊고 어두운 동굴에서 꺼내 줄 작은 손길, 작은 인연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낸 후 그녀가 세상에 존재했던 유일한 흔적인 재인을 홀로 키우며 하루하루를 그저 견뎌 내던 용희에게 어느 날 찾아온 두 낯선 존재. 재인이 몰래 데려온 아기 고양이와 씩씩하고 정의감 가득한 목수 로언은 기뻐도 웃지 못하고, 화가 나도 화내지 못하던 용희에게 웃음과 분노, 당혹감 같은 감정들, 그리고 재채기를 선사한다. 그렇게 슬픔과 후회, 무기력으로 가득한 동굴 밖으로 한 걸음 걸어 나온 용희는 비로소 자신이 혼자가 아니었음을, 그의 곁에는 언제고 손 내밀 준비를 하고 있던 이웃과 친구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황수빈 감독의 <고양이 키스>는 깊은 아픔을 겪고 혼자만의 방에 갇힌 이들이 서로를 통해 세상과 다시 마주할 용기를 얻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그린 영화다. 사실 이야기 자체는 그다지 새롭다 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다가와 신뢰를 얻어야만 마주할 수 있는 ‘고양이 키스’처럼 상처 입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조심스러운 위로와 극 중 세심하게 배치된 각자의 다양한 사정에 대한 영화의 사려 깊은 고려는 그 어느 때보다 위로와 진심이 필요한 요즘 어쩐지 더 큰 울림과 위안으로 다가온다.
모은영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