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독

해외초청

미디 지 | 2014 | Fiction | Color | DCP | 95 min (KN)

SYNOPSIS

산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먹고살던 젊은 농부와 아버지는 옥 광산과 아편 농장에서 일하는 친척들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마을로 내려간다. 하지만 친척들 역시 서류 누락과 사기, 부패 때문에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아버지는 소를 담보로 택시용 오토바이를 마련하고, 아들이 택시 영업에 나선다. 첫 번째 손님은 할아버지 장례를 치르러 미얀마에 돌아온 산메이. 중국인과 국제결혼을 한 산메이는 남편에게 돌아가지 않고 고국에서 아들과 새 삶을 시작하려 한다. 마약 운반책으로 일하기로 한 산메이는 젊은 농부에게 자기 전속 기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전작들에서와 같이, 미디 지 감독은 미얀마의 정치 상황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가차 없이 드러낸다. 영화의 섬세한 터치와 예리한 유머 감각, 장중하면서도 미니멀한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생계에 대한 불안과 소외감을 느끼던 두 사람이 텅 빈 노래방에서 안전한 휴식처를 찾는 장면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DIRECTING INTENTION

네피도의 어두운 숲을 휩쓸고 가는 헤드라이트 불빛들을 좁은 틈에서 바라봤다. 한밤중에 우리는 길을 재촉하며 찾기 힘든 현실을 쫓고 있었다. 충혈된 눈에 먼지와 모래가 들어갔다. 눈을 비비려다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 잠시 망설였다. 들꽃이 피어 있었지만, 황사에 묻혀 버렸다. 영화 속에서 죽은 노인은 그게 연기가 아니면 좋겠다고 했다. 다시 깨어나고 싶지 않다고.
소 한 마리가 도살돼 내장이 바닥에 뿌려졌다. 지옥에서 온 마약중독자가 잿빛 얼굴에 반쯤 미소를 띠고 나타났다.
"정말 날 기억 못 해?" 너는 억지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는 네가 사악한 마법에 걸렸다고 했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어머니가 불안하게 서성거렸다. "여자를 때려죽여?" "가엾은 내 딸, 운도 지지리도 없지!" "넌 겨우 열다섯 살이야!" 사탕수수 농장에서. 옥수수 밭에서. "결혼식은 성년식이기도 해." "너와 그 남자 사이에 뭐가 있니?” “그게 사랑이라고?”
냉담하게, 우리는 지켜봤다. 먼지와 모래로 목이 메어 숨 쉬기가 힘들었다. 버스가 도착하자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들이 서로 밀치락달치락하며 소리쳤다. "택시 필요하세요?" "택시 타실래요?"
우리는 높은 곳에 숨어 아무 일도 없는 척했다. 아침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우리는 주변에서 산 사람도 죽은 사람도 보지 못했다. 내 아버지 군복에 묻은 얼룩처럼 그들은 떠나기를 거부하며 우리에게 매달렸다.
이 도시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다들 행복이 곧 손에 잡힐 거라 말했다. 하지만 밤새 돌아가던 카메라는 오래된 기도문이 저승으로 인도하지 못한 유령들만 포착했을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한밤중, 네피도 숲속을 끝없는 어둠이 뒤덮었다. 우리는 여전히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FESTIVAL & AWARDS

2014 에든버러영화제 최우수작품상
2014 타이베이영화제 감독상
2014 금마장영화제
2014 부에노스아이레스국제독립영화제
2014 홍콩국제영화제
2014 그라나다국제영화제
2014 파이브플레이버스아시아영화제
2015 블랙무비영화제

DIRECTOR
미디 지

미디 지

2011 Return to Burma
2012 Poor Folk
2015 Jade Miners
2016 City of Jade
2016 The Road to Mandalay
2018 14 Apples
2019 Nina Wu

STAFF

연출 Director 미디 지 Midi Z
제작 Producer Midi Z
각본 Screenwriter Midi Z
기획 Executive Producer Patrick Mao HUANG
촬영 Cinematographer FAN Sheng-siang
편집 Editors LIN Sheng-wen, Midi Z
사운드디자인 Sound Design CHOU Cheng
미술 Art Designer ZHAO Zhi-tang
출연 Cast WU Ke-xi, WANG Shin-hong, ZHOU Cai-chang, YANG Shu lan, LI Shang da

PROGRAM NOTE

미디 지의 영화 <빙독>은 미얀마 산간 지대 라쇼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영화는 거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촬영을 통해, 그곳의 젊은 세대들이 그들의 손에 쥐어진 빈약한 선택지(외국에서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미얀마에서 마약 거래에 손을 댈 것인가) 속에서 삶의 길을 잃는 모습을 조용하지만 끈질긴 시선으로 보여 준다. 젊은 남성 아홍은 깊은 산속에서 아버지와 함께 농작물을 경작해 팔며 살아왔지만, 흉작이 닥쳐 생활이 막막해지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돈벌이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들의 식구이자 유일한 재산인 소를 담보로 스쿠터를 빌려 스쿠터 택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게 빌린 스쿠터를 타겠다는 손님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돌아온 젊은 여성 산메이를 손님으로 태우게 된다. 먹고살기 위해 중국으로 결혼 이주를 했던 산메이는 중국에 있는 아이를 데리고 와 미얀마에서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들은 위험하지만 유일한 선택지와 정해진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 미얀마에서 자라 대만에서 교육을 받고 감독이 된 미디 지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모국에 남겨진 삶을 영화로 그려 왔다. 그의 2014년 작 <빙독>은 미얀마 젊은이들의 절박한 경제적 상황과 그들에게 놓인 막막한 미래를 진중한 태도로 보여 준다.
김소혜 / 고려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술확산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