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서울독립영화제 〈디깅〉 2026.11.25 ⎯ 12.4

제52회 서울독립영화제 〈디깅〉

제52회 서울독립영화제 〈디깅〉 2026.11.25 ⎯ 12.4

제52회 서울독립영화제 〈디깅〉

서울독립영화제2026 로컬시네마 선정의 변

공지사항

서울독립영화제2026 로컬시네마 부문에는 13편의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총 169편의 지역영화 중 최종 선정된 13편의 작품은 지역영화의 저력을 꾸준히 반영해 온 로컬시네마 부문에 어울리는 작품들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감독의 영화와 지역의 자원과 자본으로 제작된 작품, 고유한 지역성을 견지한 영화들로 구성되었습니다. 현재 독립영화의 경향과 공명하면서도 각 지역의 영화적 특질을 드러내는 작품들의 면모는 실로 흥미롭습니다. 지역영화의 지형을 이루고 확장해 나가고 있는 작품들이 더 다양한 지역을 영화로 여행하고픈 욕구를 추동하기도 합니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영화들은 느긋한 행보로 감정의 시간 속을 산책하는 작품들입니다. <늦여름 매미처럼>은 두 남녀 사이의 지나가는 시간 속에 머무르고 흘러가는 애틋한 감정과 기억을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는 영화입니다. <당신으로부터>는 소중한 존재를 잃은 주인공의 행보를 담담히 비추면서 주인공의 치열하며 절실한 애도기를 담백하게 담아냅니다. <달리>는 어린 동생들을 야무지게 돌보는 소년의 작은 일탈 속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경쾌하고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들 영화에는 인물들의 마음과 장소의 풍경이 공명하며 감정의 정수를 그려내는 미덕이 있습니다.
반면 인물 사이의 복합적인 감정을 태풍처럼 다루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비밀일기>는 여중생 단짝 친구의 현실적 간극과 사사롭던 감정의 불순물이 둘 사이의 단단한 관계를 조금씩 비틀고 붕괴시켜 나가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보영이는 세 가지가 없지>는 따로 사는 모녀 사이의 애증과 복잡하고 진득한 감정의 초상, 소녀의 비상한 성장기를 격렬한 제스처로 드러내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야말로 휘몰아치는 태풍처럼 현실과 몽상과 꿈 사이를 인물들의 격정적인 몸짓으로 휘저어 놓는<토네이도를 찾습니다>도 있습니다.
한편에는 희소성 있는 소재와 통통 튀는 상상력, 단단한 서사로 눈길을 끄는 영화들도 포진되어 있습니다. 히키코모리 청년의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치유기 <방울토마토재배키트>, 귀여운 상상력으로 무장한 남다른 생태주의 영화 <해감>, 결코 돌을 던지지 않는 소녀의 바둑 사랑을 정석의 행마법으로 단단히 지켜나가는 <소녀는 돌을 던지지 않는다>가 그 이름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들은 저마다 귀하고 반짝이는 면모를 지닌 영화입니다. <다시 부르는 소녀들의 이름>은 1970~80년대 마산 한일합섬에서 일하며 공부했던 십 대 여성 노동자들의 기억을 되짚으며 경제성장 신화 뒤편에서 잊힌 이들의 삶과 목소리를 내보이는 귀중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 만드는 과정을 비추는 그 흔한 영화가 될 뻔한 영화를 리드미컬하고도 파격적인 코미디로 탄생시키는 <사운드 카메라 액션>, 영화를 설명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되기에 말은 아껴야 하지만 확실히 웃기다고는 말할 수 있는 <그린박스>, 제목의 힘과 성격을 아주 제대로 보여주는 <아마추어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건 사람을 웃기는 황당하고 예측 불가하며 기발한 영화들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면모의 지역영화가 모인 로컬시네마 섹션이 지역영화 생태계를 다시 생각하는 자리를 넘어, 서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작자와 관객이 만나고 연대하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영화를 만들어 가는 지역의 창작자들에게 지지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독립영화제2026 ‘로컬시네마’가 많은 관객을 만나기를 바라면서 선정된 감독님들께 축하 인사 전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6 로컬시네마 부문 심사위원(가나다순)
한재섭(광주독립영화관 관장)
홍은미(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