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무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는 괴담 제조부! 당신은 이 괴담 제조부의 신입 사원이다! 자! 여기 당신에게 어떻게 괴담을 만들고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설명해 줄 비디오 테이프가 있다! 이걸 끝까지 본 당신은 귀신에게 어떤 말을 건네게 될까?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귀신들이 실은 아픈 상처가 있는 누군가였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누군가가 세상 어딘가에서 끙끙대고 있을 누군가에게 손 내밀 용기를 내었으면 했습니다.

2024 제16회 대단한 단편영화제 관객상, 작품상
2024 제5회 수려한 합천영화제
2024 제27회 도시영화제

코미디, 혹은 B급 영화의 부족한 만듦새는 장르의 특성상 종종 면죄부를 받는다. 그래서 만듦새가 좋은 웰 메이드 코미디나 B급 영화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영화가 그렇다. 조악한 비디오 화질로 시작하지만, 물 흐르듯 유려하게 흐르는 컷과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연출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사회에 괴담을 만들어 퍼뜨리는 단체의 OT 영상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모든 요소가 빈틈없이 꽉 차 있다. 매 순간 분위기를 살려 주는 음악과 익살스러운 사운드 디자인, 다양한 콘셉트에 맞춰 계속 바뀌는 촬영 스타일과 화면 비율, 단 한 씬도 투루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씬의 전환들, 경쾌한 리듬감을 놓치지 않는 편집과 적절한 양념으로 영화를 매끄럽게 만드는 CG와 특수 분장, 그리고 영화의 톤에 맞춰 정확한 타이밍에 연기하는 배우들. 이 모든 요소들이 15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 안에 꾹꾹 눌러 담겨 있다. 게다가 90년대에 유행했던 괴담 ‘빨간 마스크’를 재해석해 따듯하게 안아 주는 이야기까지. 15분의 짧은 단편이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마치 풀코스 요리를 먹은 것처럼 배가 부르다. 이런 과식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정혁기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