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X언니에게 자신이 친언니가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한다.

이 영화의 존재가 소희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2023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2023 제18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2023 제10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2023 제7회 원주옥상영화제
2023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2023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2023 제10회 춘천영화제
2023 제6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2023 제7회 충북세계가족영화제
2023 제10회 부산여성영화제
2023 제14회 광주여성영화제

중학교 2학년 소희에겐 한 살 터울의 언니가 둘이다. 집 밖에서 만나는 보배는 ‘언니’라고 부르지만, 집 안에 있는 친언니 소진에게는 ‘너’라고 부른다. 닮고 싶은 것이 많은 ‘언니’와 닮은 것을 숨기고 싶은 ‘너’는 둘 다 소희의 비밀 X언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소진은 소희가 보살펴야 하는 동생 같다. 출근한 엄마를 대신해 가사와 돌봄을 묵묵히 도맡아 하는데 집에선 그 역할만이 소희의 존재 가치인 것 같아 내내 버겁고 자주 서글프다. “나 앞머리 언제 잘라 줄 거야?”라는 소진의 천진한 채근에 소희는 무뚝뚝하게 나중이라고 답하며 도망치듯 집을 나선다. 반면 집 밖에서 보배 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소희를 자꾸 웃게 만든다. 좋아하는 춤 연습도 하고, 손톱에 반짝이 스티커도 붙이고, 맵싹한 마라샹궈도 거리낌 없이 시켜 먹는다. 게다가 오늘 밤엔 아주 특별한 만남에까지 초대됐다. 동경하는 세계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평범함, 자신을 속박하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한껏 자유로워지는 일탈의 매혹이 소희를 설레게 한다. 그래서 소희는 보배의 거짓말을 모른 척한다.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그늘을 비밀로 하고 싶은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소진과 보배가 같은 반 짝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희는 두 비밀 존재 사이에서 휘청인다. 그 내면의 격랑을 보듬어 주는 건 작아만 보였던 언니의 품이다. 영문은 모르지만 동생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있는 힘껏 소희를 끌어안는다. 온기를 나눈 두 사람은 이제 그늘 밖에서 함께 걷는다. 아직은 어색해도 속도를 맞추며 나란히 걷는 모습이 꼭 닮았다. 영락없는 언니 동생이다.

임오정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