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도
단편 쇼케이스
차경민 | 2023 | Fiction | Color | DCP | 16min (E)
SYNOPSIS
설날, 큰집에 집안 어른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취준 백수 수민과 삼수생 정민 남매는 어른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반면 서울대에 합격한 사촌동생 재영은 어른들의 온갖 환대를 받으며 등장한다.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재영과 자격지심으로 가득 찬 남매 사이 자존심 싸움이 시작되고, 세뱃돈을 모두 건 내기 윷놀이 한판을 벌이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명절에 큰집에 가는 내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 이젠 어른들이 내게 뭐 하고 사냐고 물어보시지도 않는다. 어쩌면 자격지심일지도 모르겠지만, 명절에 어른들이 툭, 툭 뱉으시는 말들이 때론 상처가 되어 돌아올 때가 있다. 어렸을 때 명절에 친척들끼리 윷놀이를 즐겨 했었는데, 어른들 말씀을 듣고 있자니 인생이 윷판처럼 느껴졌다. 좋은 대학 가야지, 그다음엔 좋은 직장 가야지, 결혼해야지. 물론 다 나를 사랑하셔서 말씀하시는 것들이리라. 다만 인생은 윷판처럼 먼저 골인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작품에 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2023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2023 제6회 전주가족영화제
2023 제18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2023 제3회 Jeolla누벨바그영화제
2023 제15회 대단한단편영화제
2023 제15회 서울영등포국제초단편영화제
2023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DIRECTOR
차경민
STAFF
연출 차경민
제작 박정규
각본 차경민
촬영 류원하
편집 차경민, 박정규
조명 조영채
음악 김시성
미술 서원정
출연 이도은, 정용훈, 태경
PROGRAM NOTE
어른들 앞에서 재롱만 피워도 웃음꽃이 피어나던 명절은 취준생 수민, 삼수생 정민에게는 더 이상 해당되지가 않는다. 명절 잔소리 차림표라는 우스꽝스러운 말이 생겨날 정도로 취준생, 삼수생, 미혼자에게 명절 잔소리는 지긋지긋하다. 수민, 정민에게도 명절은 잔소리 지옥이다. 가족 어르신들 대부분이 서울대생 출신에 잘나가는 그들 앞에서 취준생과 삼수생은 설 자리가 없다. 수민과 정민의 등장만으로도 쨍쨍한 햇빛은 가려지며 집 안의 분위기는 엄숙해진다. 그리고 어느 가족이든 꼭 잘나가는 비교대상 사촌이 등장한다. 수민, 정민에게 서울대 합격생 재영은 눈엣가시다. 등장만으로도 후광이 비춰지며 어른들 눈에서는 꿀이 뚝뚝 흐른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줄 세우기를 하는데 가족들 안에서도 줄 세우기를 당한다. 수민과 정민은 거만한 재영이를 누르기 위해 세뱃돈 내기 윷놀이 한 판을 벌이며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진다. 감독의 첫 연출작인 영화 <빽도>는 우리 모두 한 번쯤 겪었을 만한 명절 잔소리 지옥을 코미디로 풀어내며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공감을 끌어낸다. 차경민 감독은 명절마다 큰집에 가는 자신의 마음을 영화에 담아냈다고 한다. 유명한 대학 또는 대기업을 나오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의 실패가 아니듯 영화 <빽도>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인생의 정답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남들과 가는 속도가 다르면 어떠리, 걷다가 쉬기도 하고 풍경구경도 하다가 또 전력 질주하며 자신만의 인생의 길을 만들어 내면 그것만으로도 인생 잘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닐까? 영화는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잊고 있었던 메시지 하나를 던져 준다. “엄마, 난 다 컸는데 왜 내 세뱃돈은 안 돌려줘요?”
강미경 / 서울독립영화제2023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