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아의 생일 파티에 초대된 지우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활동 지원사인 미숙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미숙이 급한 일이 생겨 못 온다는 통보를 받는다. 휠체어를 타는 지우는 이동하는 곳까지 활동 지원이 필요한 상황. 그러던 중, 우연히 인형 뽑기 중인 아자를 만난다. 지우는 할 일 없어 보이는 아자를 설득해 일일 활동 보조로 섭외하려고 한다. 둘은 과연 제시간에 짱아네 집에 도착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이동해야 합니다.

2024 제25회 제주여성영화제 요망진당선작
2024 제25회 제주국제장애인인권영화제 장려상

한창 인형 뽑기에 몰두한 아자 앞에 전동 휠체어를 탄 오지우가 나타난다. 뽑기 흐름이 깨진 것도 원통한데 별로 반갑지도 않은 오지우는 대뜸 “활동 지원가, 당일 취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트린다. 짱아 언니의 생일 파티에 가기 위해 한껏 멋을 낸 오지우의 외출이 활동 지원가의 부재로 난감해졌다. 오지우는 아자에게 생일 파티에 같이 가자고 한다. 아자는 내키지 않지만 간절한 오지우의 얼굴에 마음이 약해진다. 장애인 콜택시 배차 앱을 켠다. 대기 시간 2시간! 91명 대기! 지하철 타는 곳까지만 오지우를 데려다주기로 하는 아자. 이제부터 짱아 언니의 생일 파티를 향한 아자와 오지우의 지독한 여정이 시작된다. 여느 로드 무비가 그렇듯 목적지로 가는 길, 수많은 ‘장애물’이 나타난다. 복잡한 지하철 출구 시스템, 전동 휠체어를 비껴가는 비장애인들의 재빠른 움직임, 늦게나마 장콜(장애인 콜택시)을 부르려고 하지만 다른 장콜을 자기 장콜이라 착각하며 오지우가 전동 휠체어로 전력 질주하는 바람에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함께’ 가야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데 두 사람은 결국 갈라서고. 아자는 상처투성이인 채 혼자 남겨진다. ‘같은 장애인끼리 좀 돕고 살지~’ 핀잔을 주는 짱아 언니에게 ‘뭐? 같은 장애인? 장애인이라고 뭐 다 같은 거 같아? 언니랑 나랑도 같아? 내가 언니야? 언니가 나야? 어? 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아자 역 금민정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

김보람 / 서울독립영화제202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