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풍경
로컬시네마
박한나 | 2023 | Experimental | Color+B/W | DCP | 16min (K, E)
SYNOPSIS
2080년 8월 13일에 살고 있는 화자는 60여 년 전 풍경과 목소리가 담긴 영상을 발견한다. 그에게 그 시절 과거란 마치 유토피아와 같기만 하다.
DIRECTING INTENTION
<유령의 풍경>은 2080년에 거주하는 가상의 화자가 2022년에 속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작품이다. 자원이 제한된 유리돔 세계에 사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허구적 화자가 듣는 2022년의 목소리를 통해 그 의미를 방향 전환하고자 했다.
불가능한 미래의 풍경을 현재에서 포착하기 위해, 현재의 이미지에서 이중인화된 미래를 보아(상상해)야 했다. 그것은 메마른 땅이고, 사막화된 바다이며, 죽어 가는 존재들이고, 3D 이미지이며, 게다가 이미 현재에 어딘가 갇혀 있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대상들이 기록된 이미지의 중첩은 상호 관계를 맺으며 현재에서 미래를 찾아보고자 시도한다. 또한, 현재에는 물질적 신체로 살아 숨 쉬지만, 특정 미래의 관점에서 신체 없는 유령으로 배회할지도 모를 목소리와 이미지의 대상. 그들 유령의 풍경을 상상하는 일이 이 작업과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FESTIVAL & AWARDS
2023 제23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DIRECTOR
박한나
2022 보말, 노루, 비자나무, 사람
2022 구구구
STAFF
연출 박한나
제작 박한나
각본 박한나, 백진영
촬영 박한나
편집 박한나
음악 홍광민
조연출 김다운
출연 강나루, 고동현, 고은영, 김은아, 김효정, 김대영, 전영, 최혜영
PROGRAM NOTE
영화는 지구의 이미지로 시작한다. 오염되고 파괴되어 가고 있는 지구 각 부분의 모습. 러닝타임 내내 2080년 8월 13일의 한국에 사는 존재의 목소리와, 현재의 제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교차된다. 2080년의 존재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이 무척 생소하다. 직접 본 적도, 냄새 맡은 적도 없는 빛나는 세계. 이미 다 사라져 버린 사람들의 기억에만 존재하는 맑고 푸른 지구. 그야말로 유령의 풍경. 영감을 주고 위안을 주는 자연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는, 메마르고 죽어 가는 이미지 위에 머무른다. 계속해서 사운드와 이미지의 괴리를 느끼고 있자니, 현재에 살고 있는 나조차도 푸르고 빛나는 풍경이 무척 생경하게 느껴진다. 새삼 눈을 돌려 알록달록하게 물들어 가는 가을의 나뭇잎을 보고 안심하게 된다. 부디, 목소리가 전하고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너무 먼 추억이 아니길 빈다.
김진유 / 서울독립영화제2023 로컬시네마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