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뜨개질

본선 단편경쟁

조한나 | 2023 | Documentary | Color | DCP | 36min (K, E)

TIME TABLE
12.1(금) 12:20-13:45 CGV압구정(본관) 2관 E, K, 15
12.3(일) 20:10-21:35 CGV압구정(신관) 4관 E, K, GV, 15
12.6(수) 17:40-19:05 CGV압구정(신관) ART2관 E, K, GV, 15
SYNOPSIS

10살에 할머니 ‘춘자’로부터 신부 수업으로 뜨개질을 배운 한나. 뜨개질을 배운 지 15년이 지나 어린이에서 어른이 된 한나는 자신의 방을 뜨개질의 세계로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남들에게 한나의 뜨개질은 그저 그런 취미일 뿐이다. 한나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혼란스러움에 대해 생각한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나는 코바늘 뜨개질의 최고봉, ‘만다라 매드니스’를 제작하면서 과거의 경험과 감정을 만다라에 담기로 한다. 한나는 가장 사소하고 여성스러운 뜨개질로 가장 거대한 반란을 꿈꾼다.
그렇게 밤낮으로 실을 얽고, 실을 풀고를 반복하던 한나는 마침내 만다라를 완성한다. 한나는 완성된 만다라를 전시하고 그 앞에서 드랙퀸과 드랙킹이 되어 본다. 할머니의 뜨개질은 무엇이었을까 상상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그 노래의 끝은 이렇다. “춘자 can be anyone.”

DIRECTING INTENTION

뜨개질을 하면서 나는 영화를 만든다. 과거의 기억의 조각들이 가느다란 실이고, 이들이 엮여서 뜨개물이 되어 영화가 된다. 정교하게 완성된 뜨개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촘촘하게 지나간 시간의 흐름이 보인다. 나는 그러한 지나간 시간의 코들을 수집하고 다시 풀고 얽고를 반복해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 미래에도 나는 혼란스러울 것이고, 그때마다 뜨개질을 하면서 그저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것이다. 나는 사회가 정상이라고 간주하는 것에서 지속적으로 이탈할 것이다. 또한 뜨개질로 상징되는 ‘여성스러운 것’이라는 폄하의 시선을 역이용하여 대범한 반란을 꾀하려고 한다. 한국 사회 속 자신의 정체성을 경계에 두고 질문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통해 젠더적 혼란 그 자체에 대한 긍정과 지지의 메시지를 전하며 경계에 선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에 한계를 두지 않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FESTIVAL & AWARDS

2023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대상, 왓챠가주목한단편상
2023 제23회 한국퀴어영화제
2023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
2023 제23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2023 제16회 전북여성영화제
2023 제24회 제주여성영화제
2023 제10회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2023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23 제6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2023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2023 제23회 전북독립영화제

DIRECTOR
조한나

조한나

2018 뱃속이 무거워서 꺼내야 했어
2020 말로 하는 기도

STAFF

연출 조한나
제작 박수림, 박동녘
촬영 이찬열, 조한나
편집 조한나, 이찬열
음악 박동녘
그래픽 곽민선

PROGRAM NOTE

<퀸의 뜨개질>에는 목표에 도달한 자의 포효가 있다. 목표점에 다다랐다고 해서 세상이 변화된 것은 아니었고, 현자가 되어 세상을 평화롭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작품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이 영화가 일종의 팡파레로서의 뮤직 비디오로 마무리될 때, 노래는 춤과 어우러지면서 2천5백 년 전의 인물로부터 할머니의 이름에 이르는 라임 맞히기를 통해 세상의 질서를 흩어뜨린다. 춘자, 미자, 순자, 혜자, 공자, 맹자, 노자, 스피노자. 그리고 노숙자, 위선자, 구원자, 실패자, 노동자, 낯선 자, 배우자, 엘리간자. 우리가 선택할 수 있고 한때는 거쳐 가기도 하는 존재의 명칭들 위로 흥겨움이 넘실대고, 거칠 것 없는 뜨개질 작품들이 출중한 소품으로 기능하고, 우리의 욕망의 흔적들과 여파가 노랫말 안에 녹아든다. 자신의 본질을 성취하는 것, 혹은 깨닫는 것을 뜻하는 만다라에 광기가 붙은 ‘만다라 매드니스’는 ‘코바늘계의 유명한 끝판왕’ 도안이다. 경력 15년차의 뜨개질 고수 한나가 삼라만상의 형상을 담은 만나라 매드니스를 완성하는 6개월의 대장정 속에서 과거는 끝없이 불려 나오고 명상은커녕 암울함이 한나를 멈춰 세우기도 한다. 한나의 어린 시절의 성장을 기록한 동영상들은 여자로 길러지는 과정 속에서 한나가 느꼈던 세상과의 불일치의 기록이다. 길러지는 여성성의 상징적 치환물인 흰 드레스, 신부 수업 조기교육 차원에서 10살에 쥐어진 코바늘, 사회적으로 요구된 외모의 기준과 평가들, 관계 맺기의 좌절과 악몽들. 이 회상 속에서 뜨개질은 할머니의 삶과 손녀의 삶을 동시에 불러온다. 한나는 할머니 춘자를 기억하고 춘자가 살았던 인생과 한나가 사는 인생의 차이를 낳았던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노래한다. ‘춘자 캔 비 애니원’. 춘자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