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일곱 군데나 다니는 초등학생 동춘. 동춘은 ‘도대체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궁금하지만, 숙제하느라 질문할 시간이 없다. 다가온 수련회 날, 홀로 숙소에 남겨진 동춘은 우연히 막걸리 한 병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발효를 시작하며 기묘한 소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하는 막걸리. 톡, 톡톡, 톡톡톡톡.
곧 동춘은 이 리듬이 창의 과학 수업 때 배운 모스부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막걸리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사소한 일탈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고... 막걸리의 정체에 다가가던 동춘은 세상의 비밀을, 아니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알게 된다.

초등학생이 고3 수학과 국사와 영어와 중국어와 태권도와 한국사와 미술과 논술과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고작 입시와 취업일 리 없다.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답을 찾아봤다.

2023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오로라미디어상

또래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며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일상은 여기 없다. 초등학생 동춘은 하교 후에도 학원 여러 개를 돌아야 한다. 친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고된 동선에 누구도 딱히 불평하지 않는다. 이들은 벌써 불안정한 미래를 염려하며 새로울 일 없이 반복되는 나날에 일찌감치 길들어진 얼굴이다. 어느 밤, 홀로 수련회장 복도를 걷던 동춘 앞에 막걸리 한 통이 또르르 굴러오기 전까지는. 약간의 두려움과 강한 호기심으로 동춘은 자기 앞에 불쑥 출현한 막걸리를 집으로 가져와 엄마 몰래 숨겨 둔다. 그때부터 막걸리와 동춘의 비밀스러운 소통이 시작된다. 이 어린이는 막걸리 통에서 들리는 ‘톡톡’ 소리가 술이 발효되는 과정임을 알지 못하므로 그것을 신기하고 은밀한 언어로 인지한다.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고 러시아어, 일본어도 아닌” 이것은 대체 무엇일까. 이 영화는 부모 세대의 획일적인 교육관에 억압된 어린이의 초상이 아니라, 그런 현실 한가운데서도 활로를 찾아내는 어린이의 탐구력에 매혹된다. 성인의 가장 상투적인 놀잇감이 어린이의 감성으로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색다른 유희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술에 젖어 들지 않은 채, 알코올의 표면과 그저 대화하면서도 세계의 확장을 맛볼 수 있을까.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어린이의 귀여운 시선을 앞세워 실은 이처럼 모험적으로 묻는 영화다.

남다은 / 서울독립영화제2023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