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1장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본선 단편경쟁

최희현 | 2020 | Experimental | Color | DCP | 7min 40sec (E)

SYNOPSIS

관객 앞에는 야생 조류의 투명 방음벽 충돌에 의한 폐사 문제를 다루는 푸른색의 보고서가 놓인다.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등장하고, 두 손은 보고서를 따라 종이를 자르고 물건을 옮기고 그림을 그린다.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동안 관객은 무엇에 부딪히고 있는가?

DIRECTING INTENTION

버드세이버란 한국의 고속도로 위 투명 방음벽에 야생 조류의 충돌로 인한 폐사를 방지하기 위해 부착되는 새 형상 스티커의 명칭이다. 본 비디오는 이러한 생태학적 현상을 다룬 정부 보고서에서 출발해 무빙 이미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개념적으로 접근한다. 영화는 실재와 가상, 또는 물질성과 비물질성이 복잡하게 섞여 만들어진다는 관찰 아래,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1장>은 영상을 인지 및 감각하는 과정을 해부함으로써 무빙 이미지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을 이야기한다.

FESTIVAL & AWARDS

2020 제20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DIRECTOR
최희현

최희현

 

2019 종이접기 튜토리얼
2019 눈 사이 2

STAFF

연출 최희현
촬영 김진수

PROGRAM NOTE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1장>은 <종이접기 튜토리얼>(2019)을 연출했던 최희현 감독의 신작으로, 현실 속의 구체적 대상을 꼼꼼하게 관찰한 뒤 이를 다른 대상 혹은 다른 추상적 개념과 은유적으로 연결시키는 감독의 방법론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감독이 선택한 소재는 벽, 정확하게는 투명 방음벽과 빌딩의 창문에 부딪히는 새다. 생각보다 많은 새들이 거대한 유리벽을 실제 하늘로 착각해 죽어 가고 있고, 감독은 이를 막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보고서 형식을 빌려 정리한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내용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8분 길이의 짧은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은 이 보고서의 내용이 단지 유리벽과 새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챌 것이다. 유리라는 스크린에 비친 이미지를 실제로 착각해 비극적 최후를 맞는 새의 모습에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면 이상한 오독일까? 사방에 가득한 이미지의 벽 사이를 위태롭게 비행하는 새의 모습은 분명 실제와 가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우리의 현실을 자각하게 이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간간이 등장하는 영화 속 재치 있는 유머에도 아마 마음 편하게 웃지 못할 것이다.

김보년 / 서울독립영화제2020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