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광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장편

임철민 | 2018 | Documentary | Color | MOV | 80min 34sec (E)

SYNOPSIS

공공의 극장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남성 성소수자들의 ‘크루징스팟’으로 향유되었던 장소들은 1960-90년대에 걸쳐 서울의 파고다극장, 극동극장, 성동극장 등을 중심으로 나타났고 전국적으로 확장되었다. 크루징의 주 무대가 되었던 공간들은 물리적인 공간에서 가상의 필드로 이동해 이제는 더 이상 시대에 유효하지 않은 듯하다.

DIRECTING INTENTION

<야광>은 이미 사라지거나 사라져가는 서울의 몇몇 극장들을 중심으로 몸, 영화, 공적인 공간에 대해 다각도로 직조되는 프로젝트이자 스크린 안팎으로 수행되는 제의적인 행위이며, 공간의 내밀한 이야기와 응축된 과거의 시간을 순간적으로 드러내고 현재의 시간과 맞붙이려는 시도이다.

FESTIVAL & AWARDS

2018 제10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DIRECTOR
임철민

임철민

2010 < Secret Garden >

2011 < Golden Light >

2013 < PRISMA >

2016 <빙빙>

 

STAFF

연출 임철민
제작 임철민, 김상숙
촬영 임철민
편집 임철민
조명 성의석
음악 Last bus (백현수, 이주찬)
미술 김현민, 임철민
출연 김주현, 유정화, 위성희

PROGRAM NOTE

영화를 보러 가는 극장에서의 체험은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기회인 동시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나의 무의식과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영화는 초반 20분가량을 검은 무지 화면을 뚫고 들려오는 소리만 담는다. 빗물 소리와 귀뚜라미 소리 이후 들려오는 누군가의 속삭임은 꿈에 대해, 어떤 장소에 대해, 누군가의 목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시하고 사소하게 들리는 소리들이지만 이 낯설고 당혹스러운 오프닝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려주는 세심하게 구축된 장면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잠이 들면 장소를 안팎 으로 넘나들며 이미지의 교란이나 소리들의 뒤섞임, 그리고 특정 장면의 반복 등을 체험한다.
지루함을 대하는 이와 같은 개인적인 체험을 감독은 공통감각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가 찾아낸 것은 사라져 가고 있는 극장들이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에 걸쳐 남성 성소수자들의 만남의 공간으로 기능했던 파고다극장, 극동극장, 성동극장을 유랑한다. 극장 안을 둘러보고,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처럼 여겨지곤 했던 극장 안에서 바깥세상을 구경한 다. 디지털 네트워크화된 세계에서 만남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이 극장 들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더 극적인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관객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
영화를 관람하는 것과 만드는 것을 경험하는 몸, 공적인 공간인 극장이 리비도를 발휘하는 사적인 공간으로 전유되었던 기억, 지루함 가운데 꿈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흥미로운 체험 등 영화라는 매체를 둘러싼 기이하고도 다양한 수행을 펼쳐 보인다.

정민아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