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26 새로운 선택 부문에는 8편의 영화가 선정되었습니다. 그중 무려 6편이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과 처음 만나게 될 작품으로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선택’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목록입니다.
먼저 첫 공개작들을 소개합니다. 김현빈의 <동그랗고 뾰족한>은 감독이 졸업 영화로 찍은 가족 다큐멘터리입니다. 카메라는 오랜 시간 차마 꺼내지 못했던 질문의 도구이자 미처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속내와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무엇보다 지난날의 무거운 상처를 ‘영화’로 다시 구축해 대면하고 기억하는 방식이 생기롭습니다. 고혜미의 <외줄>은 한국 근현대사와 맞물려온 한 가족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서도 그 울퉁불퉁한 시간을 거쳐 양자가 도달한 현재 또한 응시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노동자 주인공이 걸어온 결코 평범하지 않은 궤적과 그의 가족이 힘을 다해 지켜낸 평범한 일상 풍경이 공존하며 울림을 자아냅니다. 새훈의 <앧오엗오>는 사회적 참사를 마주한 청년 세대의 심리적 갈등만이 아니라, 그것을 돌파하려는 의지와 활동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보다는 흔들림을 그대로 담으려는 방식, 인물들을 한 집단으로 묶지 않고 이들의 다양한 삶의 조건과 고심을 들여다보는 눈길이 인상적입니다. 극영화들도 흥미롭습니다. 정우철의 <된장>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제주도 시골 마을의 지역성이 물씬 묻어나는 영화입니다. 홀로 사는 고집 센 노인을 중심으로 그곳에서 함께 살아온 이웃들의 초상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제목처럼 구수하고 깊고 정겨우면서도 한 세계의 꼿꼿함을 소중히 여기는 시선이 미덥습니다. 남경보의 <시원, 우주로!>는 졸업 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아직은 찾지 못한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흔한 서사 같지만, 색다른 씩씩함이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의 불안을 투정이 아니라 담담한 어조로 받아들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철없어 보일 소박한 꿈을 위악적으로 내치지 않고 들여다봅니다. 관계를 품는 태도도 건강합니다. 김은성의 <악성인간>은 서사 중심에 뚫린 큰 구멍을 끝내 메우지 않고 결말까지 달려가는 희한한 영화입니다. 영화의 입구로 들어선 순간 그 흐름에 떠밀리고, 출구로 나온 뒤에도 여전히 그곳이 어디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불안을 기이한 설정들로 형상화한 세계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미 화제가 된 장편 데뷔작들도 주목을 요합니다. 임연정의 <리커버리>는 자전적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를 만들지 못한 채 버텨온 시간의 외로움과 좌절감, 그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자꾸만 솟아나는 과거의 트라우마, 이에 지지 않기 위해 집요하게 단련한 몸의 활동이 마침내 한 편의 영화를 이룹니다. 감독이 끌어안고 탐색하고 움직이는 절실한 육체성이 더는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뼈대가 되어 영화를 지탱합니다. 김시진의 <화곡사>는 이번 섹션의 유일한 애니메이션입니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오래된 화장터를 배경으로, 상이한 사연과 배경을 지닌 인물들의 공존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삶과 죽음, 무엇보다도 사랑의 격렬한 소용돌이를 겪습니다. 더없이 세밀하게 공력을 다한 스톱모션 기법이 그 감정의 결을 오롯이 전달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6이 맞이한 ‘새로운 선택’이 많은 관객과 만나길 바라며, 선정된 감독님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6 예심위원회 (가나다순)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남다은(영화평론가)
남동철(영화평론가)
박동훈(영화감독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