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서울독립영화제 〈디깅〉 2026.11.25 ⎯ 12.4

제52회 서울독립영화제 〈디깅〉

제52회 서울독립영화제 〈디깅〉 2026.11.25 ⎯ 12.4

제52회 서울독립영화제 〈디깅〉

서울독립영화제2026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쇼케이스 선정의 변

공지사항

서울독립영화제2026 페스티벌 초이스 장편 부문에 선정된 23편의 작품들은 극 영화 13편, 다큐멘터리 9편, 애니메이션 1편입니다. 신인 감독들의 장편 데뷔작, 기성 감독들의 신작, 배우들의 연출작, 타 영화제 화제작 등 배경과 장르가 상이한 작품들을 선별해 부문의 입체성을 꾀하는 데 중점을 두었음을 밝힙니다.

먼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꾸준히 접해 온 감독들의 반가운 극영화 신작입니다. 장건재의 <지축의 밤>은 감독이 그간 관심을 기울여 온 연기 연출 과정을 극영화의 틀 안에서 다시금 집요하고 대범하게 탐구함으로써 ‘영화란 무엇인가’의 질문에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마주합니다. 박근영의 <극장에 두고 온 것들>은 사라진 극장과 그 시절의 기억을 찬찬히 더듬어가며 한 시절 ‘영화’라는 빛으로 공명하던 이들을 아련하게 화면에 불러와 영화를 향한 사랑을 곱씹습니다. 이제한의 <눈을 감으면>은 감독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리듬과 감정으로 인물의 모호하고 짙은 어둠의 심연에 침잠해 영화 자신에게 일어나는 진동과 변화를 느껴보려고 합니다. 장우진의 <우주의 흔적>은 급작스럽게 닥친 가족의 죽음에 움츠리지 않고 그 지평을 영화의 환상성으로 대면하고 확장하고 애도함으로써 다시 삶으로 나아갈 힘을 발견합니다. 정지혜의 <풀문>은 사춘기 십 대들 각각의 고유한 심리적 요동, 숨겨둔 이야기, 꿈틀대는 소망, 무엇보다 그들이 맺는 관계의 층위를 생기로운 연기와 연출로 전달합니다. 윤단비의 <첫세계>는 <남매의 여름밤>에서 감독이 구축한 세계의 결이 섬에 사는 한 소녀의 급변하는 내적 풍경 안에서 더 날카롭게 벼려져 한 시절의 뜨거운 박동을 섬세하게 살려냅니다. 황윤의 <하제>는 군산시 하제 마을 주민들이 미군기지 확장으로 집단 이주당한 후, 텅 빈 마을에 여전히 남은 주민과 600살 넘은 팽나무의 결기를 온 마음으로 함께 지켜내는 다큐멘터리로, 감독의 ‘군산 연작’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 후반제작 지원작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궁유정의 <유어낫얼론>은 각자의 목적을 안고 한 공간에 모인 청춘들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좌충우돌 소동을 밀어붙여 내면 깊숙이 묻어둔 절박한 외침에 도달합니다. 조규준의 <두더지 게임>은 심리 스릴러의 외피 안에서 캐릭터의 힘으로 사건의 진실을 맴돌며 서사의 길을 추동하고 장르의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임대형, 김민준의 <선희의 벽장탈출>은 오랜 시간 미국에 살며 가족들과 친구들 모르게 게이로 살아온 한 사람이 여정을 통과하며 정체성을 밝히는 유쾌한 커밍아웃 로드무비 다큐멘터리입니다. 소람의 <양말은 누가 빨아요?>는 우리의 일상을 떠받쳐 온 가사 노동의 주체들을 카메라 앞으로 재소환해 그들의 개별적 가치만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응시하는 영화입니다.

한편, 타 영화제에서 환대받은 작품들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또 다른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립니다. 김면우의 <회생>은 아버지의 빚을 ‘떠안은’ 자식이 아니라 ‘공유하려는’ 아들의 더없이 성숙한,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시간을, 유소영의 <공순이>는 평생 모험적으로 삶을 개척해 온 노동자 엄마의 쾌활하고 당당한 육체성을 영화의 튼튼한 힘으로 전환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최세담의 <파도 위에서 춤추는 여자>는 치매를 앓는 무속인 할머니와 그의 극적인 삶 안에서 살아온 엄마와 이모, 그리고 이들을 보며 자라온 감독 모두의 내밀한 고통과 끈끈한 관계가 살아 숨 쉬는 가족사입니다. 장예림의 <붉은파랑>은 감독이 태어나고 자란 여수와 부산에서 자행된 국가 폭력을 낱낱이 돌이키면서 당시 수장된 한 맺힌 영혼들과 접속하려는 진혼곡입니다. 김지의 <어크로스: 전쟁은 어떻게 잊혀지는가>는 베를린의 인권 변호사와 이탈리아의 활동가들, 그리고 제주의 난민들을 오가며 그 뿌리에 놓인 예멘 전쟁과 군수업체의 그림자를 겨냥합니다. 안지환의 <안녕, 스텔라>는 인디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해체 선언 후, ‘안녕 투어’의 여정에 동행하는 음악 다큐멘터리로 밴드의 오랜 팬들에게 남겨질 귀중한 선물입니다. 극영화와 애니메이션 화제작도 있습니다. 임하연의 <그날의 태주>는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소문과 진실, 이야기와 현실을 교차시키고 중첩하는 구조의 실험을 감행하며 서사에 미지의 숨구멍들을 열어 생기로운 호흡에 이르는 영화입니다. 김효미의 <귀벌레>는 창작자를 짓누르는 질투심과 압박감, 그런 절박함 속에서 이들이 맺는 관계의 가능성을 애니메이션만의 기괴하고도 도전적인 상상력으로 풀어가는 작품입니다.

청춘들이 바라본 흑백의 현실을 부러 추레한 형식으로 음울하게 반영하고 비춘 영화들 무리에서 가볍고 경쾌한 활기를 포착하려는 흐름도 주목을 요합니다. 신채린의 <피크 엔드>는 교토예술대학교에 다니는 감독과 오키나와 출신 일본인 친구의 우정, 불안정해도 빛나는 초상, 영화를 향한 애틋한 마음, 미지의 미래를 향한 설렘 등이 담긴 다큐멘터리입니다. 이원회, 변예지의 <자리>는 집 없이 만난 두 청춘이 낡은 거처를 일궈 든든한 예술적 동지가 되는 과정을 김지우, 한예지 배우의 밝은 기운으로 펼쳐냅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독립영화제의 오랜 친구인 두 배우의 연출작을 소개합니다. 김충길의 <밧줄맨>은 장르의 진지한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인물의 엉성함과 엉뚱함이 감독 특유의 연기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입니다. 한예리의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서>는 배우와 감독 사이 어딘가에 놓인 자신의 꿈을, 동료 배우 서현진의 얼굴과 육체성을 경유해 진지하게 질문하고 탐색하는 영화입니다.

각양각색의 영화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서 상영할 수 있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이 행운을 함께 누리길 바라며, 상영작 감독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서울독립영화제2026 프로그램위원회(가나다순)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남다은(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