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서울독립영화제2007 (제33회)

국내초청(장편)

김광호 | China, Korea | 2007 | Fiction | 35mm | Color | 97min

SYNOPSIS

외딴 산기슭 초가집, 두 팔이 없는 철수는 산나물 따기와 술 마시기를 되풀이하며 달력장을 뜯는 일로 단조롭고 고요한 나날을 보낸다.
세상과 동떨어진 혼자의 세계를 지켜가던 철수의 삶에 어느 날 갑자기 벙어리 여인 향숙이가 나타난다.
시가지에 내려가 파출부로 살던 벙어리 향숙이는 집주인 남자의 겁탈에 반항하여 칼로 주인집 남자를 찌른 후 경찰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들었다가 정신을 잃는다, 철수는 자기 뒤를 따라 집으로 찾아든 향숙이한테 약을 사다주는 등 아량을 베푼다. 초라하고 헐망하던 외톨이의 집이 여인의 손길을 따라 아늑하게 변모 되어 간다. 두 사람은 점차 교감을 느끼며 생기로운 나날들을 보내지만 철수는 향숙이의 모습에서 비쳐 나오는 어머니 그림자 때문에 숨 막히는 몸서리를 친다. 어린 시절 여동생과 아버지를 생이별하게 하고 ,자신의 두 팔을 앗아간 장본인이 엄마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나머지 듣지 못하는 엄마가 기차가 오는 철길에서 석탄를 줏는걸 보면서도 그냥 내쳐두었던 철수다. 그렇게 어머니를 죽게 한 죄책감과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 엇갈리며 철수는 몸부림치는데...
향숙이 와의 나날은 사랑으로, 사랑은 자책감으로, 자책감은 자멸로 치닫는다.

DIRECTING INTENTION

인간의 원점 - 원초적 본능

모든 인생사는 원초적 본능이라는 이 궤도 위를 달린다. 의식주도. 모성애도. 이성지간의 애정도.
장애인은 포장되고 변형된 인간본능과는 달리 단절된 순수의 원초적 세계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은 인간의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향수할 수 없는 정상인들 무리에서 덜어져 나간 사람들이다. 즉 밑바닥 인생들이다. 밑바닥 인생이야말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의 최적의 체현자 들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장애는 인간 원초적 본능을 표현하는데 더 효과적이고 본질에 접근한다.
작품은 무 팔 장애인 철수가 벙어리 향숙이를 만나 정을 나누다가 자멸하는 이야기를 통해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이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되새겨보게 한다.

FESTIVAL & AWARDS

2007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

DIRECTOR
김광호

김광호

2005 <춘하추동>

2005 <반지>

 

STAFF

연출 김광호
제작 연변TV방송국, 스튜디오 느림보
프로듀서 장률, 고영재
각본 김광호
촬영 주금철
편집 김광호
조명 박성일
음향 유선학
출연 최금호, 장소연

PROGRAM NOTE

궤도>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보여주는 과묵하고 쓸쓸한 영화이다. SARS(싸스)가 퍼져간다는 소식을 알리는 TV 사운드와 발로 익숙하게 담배를 말아피우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두 팔을 모두 잃고 혼자 살고 있는 남자는 나물을 뜯거나, 기타를 튕기면서 외로이 살아간다. 아무하고도 대화하지 않으며,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남자의 심정을 대변하듯이 영화는 시종일관 남자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는 육체적 장애와 함께 과거에 받았던 정신적 상흔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날 그의 집에 한 여자가 찾아오고, 남자는 아무말 없이 그녀를 받아준다. 수화로 이야기하는 청각장애인 여자와 손짓으로는 말할 수 없는 남자와의 침묵의 동거생활이 생활이 시작된다. 그들은 아무런 대화도 없지만, 눈빛과 표정으로 최소한의 감정을 교류하면서 그냥 묵묵히 함께 살아가면서, 평소 느끼지 못했을 애틋한 감정들을 교류한다. 그들은 그렇게 낯설고 무던히도 순진한 사랑을 하는 것이다. 영화는 두 인물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진 않지만, 어떻게 그들이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됐는지를 스치듯 보여준다. 특별한 사건도 없이 천천히 천천히 인물들의 감정을 중심에 놓고 전개되는 영화의 속도는 그들의 육체적 장애와 트라우마를 표현하는데 더없이 적합하다. 다소 충격적인 결말은 영화의 형식과 속도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 더불어 그들의 지울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상흔에 대해 공감 내지는 질문하게 만든다. 재중동포 김광호 감독의 데뷔작이며, 한국과 중국의 합작 독립영화이다.

조영각 / 서울독립영화제2007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