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후

서울독립영화제2003 (제29회)

본선경쟁(중편)

이호섭 | 2003│Documentary│DV 6mm│Color│56min 6sec | 최우수작품상

SYNOPSIS

전쟁의 고통을 피해 미군과 결혼하여 이 땅을 떠났던 영자 할머니는 문화와 언어의 차이로 아직도 미국생활에 적응을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카메라에 할머니는 자신의 한 맺힌 삶을 털어 놓는다.

DIRECTING INTENTION

영자 할머니의 한 맺힌 삶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전쟁의 아픔이며, 미국이민 100주년을 맞이한 그늘진 우리 이민사의 한 부분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에게서 버려지고 소외된 할머니의 아픈 삶에서 미군과 결혼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 땅을 떠난 우리의 누이들, 그들을 생각한다.

FESTIVAL & AWARDS

2003 야마가타영화제
2003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DIRECTOR
이호섭

이호섭

 

STAFF

연출 이호섭
제작 이호섭, 임현옥
촬영 이호섭
편집 이호섭

PROGRAM NOTE

이 작품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군인과 결혼하여 미국에 근 50년간 가정이루고 살고 있는 한국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은 오랜 시간 할머니와의 관계 맺음을 통해 가슴속에 묻어둔 할머니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할머니가 미국에 살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과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는 듣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70이 넘어서도 결혼 못한 자식들을 돌보는 할머니의 유일한 낙은 고추농사를 짓는 것이다.이국땅에서 겪는 모진 아픔과 고통들이 고추가 성장해가는 모습과 함께 하나씩 밝혀진다. 마지막 고추를 빻으려고 꽃단장하고 길을 나서는 장면, 기계 앞에서 드리는 간절한 기도가 이 땅에 사시는 할머니들의 모습과 겹쳐지게 만든다. 주인공을 담는 카메라의 시선은 절제되어 있어 오래 동안 가슴속 여운으로 남는다. 다큐가 사실을 기록하고 감독의 주관적 개입이 드러나게 되지만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은 감독의 개입과 의도를 배제하려고 노력한다. 오랜 시간과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누구에도 말 하지 못한 이야기를 실타래가 풀어지듯 담아낸다. 할머니는 카메라를 친구처럼 여기듯 자신의 응어리지고 말하기 힘들었던 속내를 풀어놓는다. 그래서 카메라는 단순히 응시의 시선이 아니라 친구이상의 위로의 대상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그러면서도  대상과의 친밀함에 깊이 빠져들지 않고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후>는 촬영과 내용을 치밀하게 구성한 작품으로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얻어낸 통찰력이 만만치 않다. 김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