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씬

서울독립영화제2018 (제44회)

특별장편

박배일 | 2018| Documentary | Color | DCP | 90min 41sec (E)

SYNOPSIS

좁은 골목 끝에 작은 극장이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다. 10년 동안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무극성과 육형님의 하루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 관객을 맞이하고, 극장의 빛을 기록하고, 영화를 상영한다.
무극성이 손수 제작한 티켓을 자르고 또 잘라도 극장으로 내려오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책상 가득 널브러진 티켓을 보며 무극성이 빈 극장을 한숨으로 채운다. 눈썹달이 떠오르고 올빼미 관객들이 하나 둘 극장으로 모여든다. 밤이 깊어가고, 관객들은 국도가 준비한 빙고게임으로 잠을 쫓아가며 영화를 즐긴다. 서늘하던 바람이 가실 무렵 극장에서 관객들이 쏟아져 나와 새벽을 맞는다. 덩그러니 극장에 남은 무극성과 육학년의 얼굴엔 피로가 내려앉았다. 영화는 그곳과 사정이 다르지 않은 극장으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DIRECTING INTENTION

<라스트 씬>은 득달같이 내달리는 삶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가는 영화다. 국도예술관을 중심으로 기록된 지역 극장의 모습과 영화를 애정 하는 관객이 만드는 공기는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우며 영화와 극장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동시에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에서 벗어나 우리가 서 있는 자리의 가치를 톺아본다. 이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작은 쉼표다.

FESTIVAL & AWARDS

2018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2018 개관83주년 광주극장 영화제
2018 제20회 부산독립영화제

DIRECTOR
박배일

박배일

2007 <그들만의 크리스마스>

2008 <내 사랑 제제>

2009 <촛불은 미래다>

2010 <잔인한 계절>

2011 <비엔호아>

2011 <나비와 바다>

2013 <밀양전>

2014 <밀양아리랑>

2016 <깨어난 침묵>

2017 <소성리

 

STAFF

연출 박배일
제작 오지필름, 국도예술관
촬영 박배일
편집 박배일
음악 아완
출연 정진아, 김형운

PROGRAM NOTE

이따금 우리의 시간과 세상의 흐름은 엇박의 리듬을 타곤 한다. 사라지는 것의 쓸쓸함을 느낄 쯤 이면 이미 돌이킬 수 없음에 아쉬운 시간은 바짝 다가와 있고, 이내 곧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부산의 독립예술영화관 ‘국도예술관’은 자본 논리에 따라 지난 10년의 세월을 뒤로 한 채 작별을 고해야만 했고, 이 극장을 지키던 익명의 관객이기도 한 감독은 물끄러미 떠나 보내는 대신 카메라를 들고 이들의 ‘라스트 씬’을 기록한다. “상영 시작하겠습니 다.” 어둠 속으로 인도하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한줄기 빛이 등 뒤에 떨어지면 새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고 동경이었으며 위로이기도 했던 공간. 영화는 이곳에 담긴 각자의 스토리가 모여 공동의 기억을 이루어내는 순간들을 차분히 따라간다. ‘모든 새로움의 시작은 다른 것의 끝에서’라는 흘러간 노랫말처럼, 극장은 그리고 영화는 저마다의 마지막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의 우리를 기약하기 위한 담담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리고 이는 어느 한 대상에 머물러 특정한 기억을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슷하고도 서로 다른 지역극장의 모습을 통해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또 다른 공동의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곳곳의 현장에서 다큐멘터리로 연대해 온 감독의 개인적 경험과 공공의 담론이 녹아 든 또 다른 연대의 영화, 누군가의 극장이 그러했듯 어둔 불빛 아래 <라스트 씬>을 마주하는 우리의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새로운 세계를 펼쳐낼 것이다.

최민아 /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