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진

서울독립영화제2004 (제30회)

단편경쟁

김성숙 | 2004 | Fiction | 35mm | Color | 21min | 우수작품상

SYNOPSIS

이 영화는 늙은 기지촌 매춘부 세라진의 생의 마지막 날 하루를 그리고 있다.
어린 시절, 이 곳 기지촌에 오게 된 세라진. 이제 늙은 그녀는 매일 짙은 화장으로 주름진 얼굴을 가리고 술에 의존해서 미군들을 상대로 매춘행위를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매춘부로서의 그녀의 삶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그녀는 기지촌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동물적으로 절감한다.
돈을 떼어먹는 왕년의 업주와의 실랑이도 허사로 돌아간 채, 그녀는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하지만 도청 영세민 사무실에서 자신의 주민등록이 이미 말소됐다는 사실을 알고 애써 부인하려고 했던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제 그녀가 갈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DIRECTING INTENTION

몇 년 전 신문에서 기지촌의 60대 매춘부가 미군 병사에 살해됐다는, 단 한 줄짜리 뉴스를 읽고 이 슬픈 이야기를 떠올렸다. 시나리오의 배경을 그녀가 죽던 날 하루로 한정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고자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늙은 매춘부의 삶의 회한과 미추(美醜)가 공존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고자 했다.
어린 시절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군 부대가 들어선 곳에서 자라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히 소재로서가 아니라 진지한 관점으로 개인적 비극과 사회적 아픔이 맞물리는 비극의 단면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 영화의 제목인 세라진은 동시에 여자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데, 프랑스의 작가 발자크의 단편소설 사라진느(Sarrasine)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 단편 소설은 프랑스의 한 화려한 사교계의 무도회장을 배경으로 젊음과 늙음, 미와 추, 그리고 삶과 죽음의 공존이 빗어내는 강렬하고도 슬픈 대비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세라진>은 이 소설 전체의 줄거리보다는 이러한 강한 대비의 모티브를 단편영화에 옮겨보고자 했다. 이러한 대조의 심상은 세라진의 본명(진갑숙)이 밝혀지는 순간에 정점을 이룬다.

FESTIVAL & AWARDS

제6회 이스트만코닥 단편영화 제작지원작
2003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제작지원작
제3회 대한민국영화대상 단편부문
제16회 시게이트포일영화제 단편경쟁부문
2004 세인트루이스국제영화제 단편부문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DIRECTOR
김성숙

김성숙

상황 혹은 상황들 (1995)

블랙홀 (1995)
동시에 (1998)
Marriage Bed (2000)
Circulation (2001)
The Problem (2002)

STAFF

연출 김성숙
제작 구정아
촬영 김동은
편집 강미자
조명 김지훈
미술 백경인
사운드 김봉수
음악 이세형
의상 장정숙
출연 이영란, Chris Ferry, 유순철

PROGRAM NOTE

세라진은 기지촌 늙은 매춘부의 마지막 하루를 따라 가는 영화이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면서 점차 죽음에 한발 한발 다가간다. 늙은 세라진은 아주 어린 나이에 기지촌에서 들어와 이젠 쇠락해해버린 상품가치가 없는 퇴물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면서 이곳을 벗어날 생각으로 수원으로 생계보호 대상자를 신청하러 간다. 하지만 주민등록이 말소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 결국 세라진은 다시 매춘을 하게 되고 자신을 젊은 매춘부로 착각한 미군 병사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여기까지 이 영화의 줄거리다. 영화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지 명확하다. 미군, 여성, 역사, 유린 등등의 단어들이 머리 속을 지나간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쇠락해가는 개인의 내면과 지속되고 있는 역사의 단면을 잘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환상의 장면에서 세라진을 부르는 목소리는 화면 안에서 실체는 존재하지 않고 끊임없이 화면 밖에 존재하는 목소리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그녀를 환상 속(젊었을 때, 혹은 어느 미군 병사에게 한때나마 사랑을 받던 존재였을 때)에 머무르지 않고 매춘이라는 현실 속으로 불러내고 있다. 세라진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목소리이며, 현실의 목소리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눈여겨봐야할 장면은 세라진이 밖에 있는 장면보다 매춘을 하는 공간에서 진행되는 순간들이다. 절멸하는 형광등 불빛은 끊임없이 진동하며 삶의 불역속성을 강조하는 듯 하고, 구슬프게 흘러나오는 음악, 세라진의 의상이 모두가 세라진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사이다. 대사가 기억에 남는 몇 안되는 영화이다. 김화범 서울독립영화제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