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서울독립영화제2011 (제37회)

본선경쟁(장편)

오멸 | 2011|Fiction|Color + B&W|HD|80min 23sec

SYNOPSIS

삶의 무게감에 눌려버린 어린 엄마의 이야기. 아이를 버리려 마음을 굳게 먹지만 가슴의 아픔만 더해지고, 맺힌 한을 털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나지막한 울음뿐이다. 섬에는 척박함을 더욱 모질게 만드는 바람과 돌, 그리고 여자뿐이다.

DIRECTING INTENTION

섬이 묻어둔 이야기를 찾아본다. 그리고 섬의 이야기를 듣고 섬의 이야기를 본다. 수십여 년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말을 걸어준 섬에게 감사하다. 나의 영화는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는다. 8분의 음악 그 자체가 영화 같은 일이었기에...

FESTIVAL & AWARDS

2011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IRECTOR
오멸

오멸

2003 <머리에 꽃을>  

2004 <립스틱 짙게 바르고> 

2006 <어이그, 저 귓것>(단편)  

2009 <어이그, 저 귓것> 

2010 <뽕똘>

STAFF

연출 오멸
제작 자파리필름
각본 오멸
촬영 김경섭, 이수유
편집 오멸
음향 미디액트
음악 박순동
출연 최은미, 김민혁

PROGRAM NOTE

어느 과거의 제주. 한 여인이 문을 열고 밖을 바라본다. 다음 장면에서 여인은 바닷가 바위 위에 홀로 서있다. 그녀는 아이를 바다에 빠뜨리려다 못내 포기하고 만다. 여인은 홀로 아이를 낳고 키울 재간이 없어 버리려는 생각을 품었던 것이다. 고통스럽겠지만 아이를 키울 결심을 한 여인은 혼자 외로움을 달래고, 온종일 물을 긷고 또 물질을 하고 밭일을 한다. 대사 한마디 없이 단조롭게 반복되는 음악 속에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동을 하는 여인의 모습은 처연함을 넘어선다.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 황량한 모래를 흑백의 무채색으로 표현한 제주의 풍광은 아름답기 보다는 삭막해 보인다. 그럼에도 소라를 까먹으며 아이를 얼르는 장면은 잠시 잠깐의 안식을 허락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픈 아이를 위해 약을 구하러 가는 오름 길목에서 여인은 두명의 군인을 만난다. 순간 섬뜩함이 영화의 감정을 휘감는다. 군인들은 기어이 여인을 찾아오고 상상하기 싫은 비극이 몰아친다. 그러나 제주설화 '설문대 할망'의 희생하는 이미지의 여인과는 다르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름다운 풍광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깊은 역사의 상처를 품고 있는 곳 제주. 4.3항쟁의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어도>는 제주가 얼마나 역사의 상처가 깊은 곳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마지막 8분간 울리는 노래는 제주의 아픈 역사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감독은 '나의 영화는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로 노래의 가사와 음율은 마음을 파고들며 이미지 이상의 각인을 남긴다. <이어도>는 시리도록 아픈 영화다. 제주에 관광을 가실 요량이라면 <이어도>를 보고 제주의 아픈 상처에 대해서도 떠올리길 바란다.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2011 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