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이는 누구를 초대했는가?

서울독립영화제2020 (제46회)

새로운선택 단편

박건 | 2020 | Fiction | Color | DCP | 22min 56sec

SYNOPSIS

배우라는 꿈이 있지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재형의 집에 하나둘씩 모인다. 각자 사정이 있는 친구들끼리 신세 한탄을 하는데, 이때 잘나가는 친구가 집에 들어온다.

DIRECTING INTENTION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지만 도와주지 않는 현실.

FESTIVAL & AWARDS

World Premiere

DIRECTOR
박건

박건

2019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개미를 죽였는가?  

STAFF

연출 박건
제작 박건
촬영 박건
편집 박건
출연 김재형, 우승연, 강해리, 김범진, 문지영, 곽민선

PROGRAM NOTE

우리 시대에 다이렉트 시네마가 부활한다면 이 영화가 그 길을 제시할 것이다. 1960년대 세상을 기록하는 매체로서의 시네마에서 어떤 거부와 선택이 있었는가 생각해 보라. 그것이 운동이었다가 카사베티스를 설명하는 방식이 되었다면 2020년대 이 영화는 지금의 영화 제작 관행과 영화 스타일과 그러한 형식이 담아내는 내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줌인은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가. 점프컷 편집은 단순히 시간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때로는 시간의 인과에 충실한 이야기로부터 고개를 모로 꺾고서 시침을 뚝 떼고 현실의 단면을 잘라 내어 제시한다면, 우아한 내러티브들 속에 감추어져 있던 실제 세상의 풍경을 쓱 건져 낸다면, 모두의 욕망이 가리키는 방향이 다섯 명 중 한 명만 만족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할 수 있다면 우리가 이 영화의 초대 손님이 된다. 이 영화 <재형이는 누구를 초대했는가?>는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처지까지 동시에 키득거리게 만드는데 이 웃픈 상황에 대해 등장인물들처럼 진심으로 화를 내고 대안이 없어도 진지하게 꿈꾸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기 연습실 때문에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게 된 네 명의 배우 친구들은 그들끼리는 급전을 낼 수 없는 각자의 상황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한 배우가 되어 샴페인을 들고 등장한 또 다른 친구 앞에서는 무언가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무언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초대 손님들이 복도에 등장해 재형이의 집 초인종을 누를 때, 앵글이 마지막에 비로소 바뀌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노래를 따라 부르던 시절을 재현할 때, 영화는 무척 즐거워진다. 물론 그 순간만 즐거운 건 아니다.

김미영 / 서울독립영화제2020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