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진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새로운 선택

이현빈 | 2014 | Fiction | Color | HD | 18min 59sec

SYNOPSIS

경기도 외곽의 공장 지대, 산과 박 형은 공장에서 나오는 폐유를 산속에 몰래 버리는 일을 한다. 산은 유나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박 형과 결혼을 예정하고 있어 직장을 그만두려 한다.

DIRECTING INTENTION

영화 <풍진>은 산업재해를 알리기 위한 한 장의 보도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회색 연기와 먼지로 가득 차 있는 공장 지대의 마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느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찍힌 그 사진은 아이러니 하게도 아름다웠다. <풍진>은 그 한 장의 사진을 영화화 한 것일지 모른다. 연기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불안하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FESTIVAL & AWARDS

2014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2014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
2014 제19회 인디포럼 올해의 돌파상(젊은 비평가상)
2014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2014 제15회 대구단편영화제
2014 제8회 대단한 단편 영화제

DIRECTOR
이현빈

이현빈

2008 < Flower > 

2011 <아주 작게만 보이더라도>

STAFF

연출 이현빈
제작 주재형
각본 이현빈
촬영 이성용
편집 이현빈, 박민선
동시녹음 조예리
출연 홍성민, 신재환, 채연정

PROGRAM NOTE

<풍진>은 첫 장면부터 스크린을 완전히 집어삼킨다. 바람을 후두둑 쏟아내는 나뭇잎의 파동이 화면을 가득 채울 때, 눈과 귀로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이미지나 소리라기보다는 영화가 내 앞에 성큼 찾아왔다는 자각 그 자체다. 이 거인 같은 영화는 그토록 힘차게 관객을 잡아 이끈다길산은 산업폐기물을 몰래 흘려버리거나 태워 없애는 공장에서 일한다. 폐유를 흘려보낼 때 함께 방류되는 에너지, 쓰레기를 소각할 때 연기와 함께 흩날리는 활기, 그리고 깊은 피로. 공장지대의 삶은 매일 조금씩은 죽어가는 과정이나 다름없는 것만 같다. 죽음이 매복한 세상, 길산이 어떻게든 살아지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겐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길산은 풍진으로 떠나고자 한다. 거기엔 잘하면 다른 삶이 있고 못해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죽음의 기운은 원성으로, 통곡으로, 탄식으로 모습을 바꾸어가며 세상을 잠식하고 결국 길산이 직접 닿아 있는 곳까지 건드린다<풍진>'영화라는 것'에 대한 고도의 집중, 그 자체를 영화로 만든 듯한 영화다. 여기엔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야기, 세상, 인물, 공간, 시간, 카메라, 소리 같은 것들이 저마다의 중량감을 가지고 들어차 있다. 앰비언스가 명징하게 제 존재를 드러내는 두툼한 사운드와, 저 깊숙한 곳까지 우묵 들어갔다 빠져나오는 카메라의 담대함은 이 영화의 세상을 스크린 너머로 확장시킨다.

김송요/서울독립영화제2014 데일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