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들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새로운 선택

양시모 | 2014 | Fiction | Color | HD | 66min 25sec

SYNOPSIS

자전거 가게에서 일하며 지내는 남기는 연극배우가 되고 싶지만 제대로 된 연극 한 편 보질 못했다. 그런 남기에게 여자 친구 재경은 임신 소식을 알린다. 어쩐지 세상의 모든 것이 남기와 멀어져만 간다.

DIRECTING INTENTION

무엇이 우리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간다고 느끼게 되는 것일까?
그 과정은 개인의 경험마다, 환경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자신의 아이를 갖고 기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젊은 이 커플에게 아이가 생기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다. 하지만 더 멀리서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진다. 그리고 더 크게 보자면 이것은 일종의 섭리이다.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본능의 행위인 것이다. 그들에게 일어난 일은 실로 엄청나지만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들의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고 지나온 뒤는 언제나 별 것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우리 일상의 나열들, 또한 그 흔적의 궤도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양시모

양시모

2012 <재림> 

2013 <송별회>

STAFF

연출 양시모
제작 양시모
각본 양시모, 김승준
촬영 김기태
편집 김민진, 양시모
조명 김기태
음악 goldpanda
미술 이은정
출연 박찬진, 김예은

PROGRAM NOTE

주위의 수많은 평범한 청춘들처럼 남자도 그렇게 살고 있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청년은 자전거 가게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고 가끔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하고 남몰래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어린 아들을 낳았으며, 남자는 어색하지만 따뜻하게 이복동생과의 관계를 유지한다. 엄마는 아들이 안정되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비현실적인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이 못내 못마땅하고 아들은 그런 엄마와 대화하는 일이 불편하다.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라면 어딘지 어른스럽고 차분해 보이는 여자친구의 존재일텐데, 어느 날 그 여자친구가 오랜 망설임 끝에, 그러나 담담한 어조로 임신했다고 말한다. 내용만으로는 딱히 특별해보일 것 없는 이 영화는 바로 그 때문에, 즉 특별해보일 것 없는 일상을 특별해보이려는 욕망 없이 고요히 응시함으로서 고유한 공기의 결들을 포착해낸다. 원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어떤 억지도 부리지 않고 그저 지금을 견디고 살아내는 이들의 초상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 결과 감정을 내지르지 않는 인물들의 마음이 종종 아프고 아련하게 다가오고 순간들을 버텨내려는 그들의 작은 몸짓들 중 어느 하나도 허투루 놓쳐버리고 싶지 않다. <표정들>은 때로는 무표정이 가장 섬세한 표정임을 알고 있는 영화이며, 사람의 얼굴뿐만이 아니라 관계에도, 시간에도 표정이 있다는 것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간절하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영화다.

남다은/서울독립영화제2014 예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