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ser avec Montaigne’, 몽테뉴와 함께 춤을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새로운 선택

이은지 | 2014 | Documentary | Color | HD | 102min

SYNOPSIS

영화감독 지망생인 딸은 16세기 프랑스 작가 미셸 드 몽테뉴의 <에쎄>를 번역 중인 불문학자 어머니를 따라 카메라를 메고 프랑스에 가기로 한다. 하지만 출발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예기치 않은 죽음과 맞닥뜨리게 되고, 여행은 그 슬픔 위에서 잠시 표류한다.

DIRECTING INTENTION

지지부진하기만 한 내 인생과는 달리, 이미 오래 전에 자신의 길을 찾았고 삶의 해답을 모두 알고 있을 것 같던 어머니, 그리고 몽테뉴. 하지만 몽테뉴의 고향을 돌아보고, 그의 친필이 담긴 책과 마주하며, 끈질기게 번역을 해나가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여정을 통해, 나는 몽테뉴 역시 총 3권 107장 1000페이지가 넘는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삶에 대한 질문들과 싸워갔다는 것과, 어머니 또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한 채 늙어가고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해답을 구하는 심정으로 그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몽테뉴를 찾아 떠났던 3개월의 시간, 그 길 위에서 내가 배운 “나는 춤출 때는 춤추고, 잠잘 때에는 잔다.”는 몽테뉴의 ‘사는 법’은 이 영화를 보는 모든 관객들에게도 유효하리라 믿는다.

FESTIVAL & AWARDS

Premiere

DIRECTOR
이은지

이은지

2008 <금붕어의 방>

2010 <유월> 

 

STAFF

연출 이은지
제작 한은영
각본 이은지
촬영 이은지
편집 주예영
나레이션 녹음 나영길
출연 심민화, 이은지, 이인성

PROGRAM NOTE

영화를 준비하고 있으나 쉬이 풀리지 않던 감독이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번역자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3개월간에 프랑스 동행. 불문학자인 어머니는 은퇴 후 몽테뉴의 수상록을 번역 중이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 어머니는 아버지를 잃는다. 삶이 크게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내 것이 되었을 때 그것은 언제나 당혹스럽고 예측불허다. 영화는 그렇게 의외의 경험과 순간을 예민하게 간직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여행 끝에 우리는 무엇을 찾게 될까. 몽테뉴의 궤적을 좇는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에, 몽테뉴는 여행에 훌륭한 길라잡이가 된다. 근대적 자아의 지표로서, 자신과 주변을 깊이 탐구하였던 몽테뉴. 학자로서 번역자로서 그리고 가족의 일원으로서 어머니는 그에게 접근하며, 자신의 위치와 존재를 끊임없이 돌아본다. 세계에 유일무이한 ‘나’를 향한 질문들. 카메라를 든 감독은 때로는 기록하고, 대화하며, 자신을 둘러싼 많은 것들과 또한 마주한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나, 카메라 앞에 선 가족에 대한 이해, 그리고 수상록을 통해 반세기를 걸쳐 말을 건네는 몽테뉴 아저씨까지. 이 과정에서 감독은 그토록 갈망했던 ‘영화 만들기’에 도달한다. 셀프 다큐멘터리의 전개에서 초기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던 감독이 보여주는 침착하고 성실한 수행의 과정. 그렇게 그녀 또한 몽테뉴와 함께 춤을.

김동현/서울독립영화제2014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