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연희가 날 더듬은 것 같은데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특별초청 단편

박혜민 | 2014 | Animation | Color | DCP | 8min 15sec

SYNOPSIS

17살 정민은 친구들과 연희의 집에 모여 처음으로 술을 마시게 되고 술에 취해 얼떨결에 연희와 첫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잠이 들었을 때 연희가 자신을 더듬은 것만 같다.

DIRECTING INTENTION

누구나 겪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동성친구와의 두근거림과 혼란.

FESTIVAL & AWARDS

2014 제19회 인디포럼
2014 제14회 서울LGBT영화제
2014 제1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14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
2014 제16회 정동진독립영화제
2014 제10회 인디애니페스트
2014 제16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DIRECTOR
박혜민

박혜민

2013 <바람>

STAFF

연출 박혜민
제작 최익환
각본 박혜민
편집 박혜민
음악 이성이, 김채은, 김동욱
미술 김선정, 박혜민
출연 정유정, 진은혜, 김영근

PROGRAM NOTE

부모님이 집을 비웠다. 몇몇이 둘러앉은 가운데로 술병이 쌓여 가고, 저마다의 연애담 으로 밤이 깊어간다. 취기가 오른 친구들이 쓰러져 잠들기 시작하는 새벽, 메인이벤트는 바로 지금부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더듬거려 찾아 쥔 손, 서툴게 부딪힌 입술,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몽롱한 시간이 지나고, 밝은 태양 아래 어질어질한 귀갓길은 혼돈 그 자체. 과연 나는 어젯밤, 무슨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정민의 아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희의 집에서 밤을 보내고 나선 아침, 순서는 뒤죽박죽, 선명하지 않은 기억들에 머리를 쥐어뜯느라 정신이 없다. 제멋대로인 기억들을 늘어놓고 보니 확실한 건, ‘어젯밤 연희와 키스를 했다’. 아직 남자친구와도 해본 적 없는 첫 키스를 동성 친구와 해버렸으니 이거 정말 큰 일인데, 그게 그리 싫지 않았다는 게 더욱 큰일이 다. ‘누구나 겪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동성친구와의 두근거림과 혼란’. 감독이 밝힌 연출의도는 스크린 위에 글자 그대로 펼쳐진다. 애니메이션으로 부릴 수 있는 모든 묘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빠른 편집과 속사포 내레이션까지 더해 관객들 역시 꼼짝 못 하고 정민의 ‘카오스’에 동행하게 한다. 평면의 스크린을 보고 있으나 3D, 아니 오감을 자극받는 4D의 경험. 정민이 그 후 어떤 삶을 살게 되었 는지 알 길은 없다. 정해진 선과 지켜야 할 규칙들로 가득한 우리 사회에서 아마도 몇번쯤은 더 비슷한 혼란의 아침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 다만 바라건대, 다음, 또 다음에 맞이할 파도는 너무 높고 거세지 않기를 빈다. 이런 종류의 혼란과 어지럼증은 열일곱에만 찾아오는 것은 아닐테니까.

김하나/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