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the Peace of All Mankind

서울독립영화제2014 (제40회)

35mm 단편영화 특별전

이석훈 | 1999 | Fiction | 35mm | Color | 7min

SYNOPSIS

1969년 베트남의 정글. 대열에서 떨어져 낙오된 한 명의 한국군 병사는 오랜 행군과 혼자 라는 공포심으로 매우 지쳤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쓰러지고만 그의 귀에 개울물 소리가 들리는데…….

DIRECTING INTENTION

전방의 모 부대에서 사병으로 복무하고 있던 5년 전, 몇 월 며칠 전쟁이 터질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사병들 사이에 믿음처럼 퍼져 있었다. 전쟁이 터질 거라는 그 날 즈음. 새벽 무렵 갑작스런 사이렌 소리와 함께 온 부대에 비상이 걸렸고 우리는 직감적으로 전쟁이 터졌다고 생각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새벽, 참호 속에서의 몇 시간은 그 동안 경험했던 어떠한 공포와도 견줄 수 없는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그 공포 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적에게 총을 쏠 수 있을 것인가? 게임기 속에서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해답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날은 서서히 밝아왔고, 막상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소문으론 인근에서 불법으로 낚시를 하던 민간인을 무장공비로 오인해 일어난 해프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날의 두려움은 늘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그때의 의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의문에서 출발하여 만들어진 영화가 “For the peace of all mankind"이다. 영화 속에서 나는 서로를 죽이지 않는 두 사람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로서도 잘 모르겠다. 내 자신조차도 그런 상황이 된다면 미소지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FESTIVAL & AWARDS

1999 제25회 한국 독립단편영화제 본선 상영작
2000 인디포럼 초청 상영
2000 제4회 부천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2000 제10회 ‘메시지 투 맨’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러시아)
2000 제28회 휴에스카 국제 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스페인)
2000 제51회 몬테카티니 국제 단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언급 (이탈리아)
2000 제49회 멜버른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호주)
2000 제6회 팜스프링 국제 단편영화제 경쟁부문 (미국)
2000 제12회 BBC 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 (영국)
2000 제11회 스톡홀름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 (스웨덴)
2001 제15회 후쿠오카 아시아 영화제 (일본)
2002 카라카스 단편영화제 (베네수엘라)
2004 제4회 앵커리지국제영화제 한국단편부문 (미국)
2008 제14회 리옹아시안영화제 (프랑스)

DIRECTOR
이석훈

이석훈

1990 < The Loner >

1991 <지구가 돌아가는 힘>
1995 <감격시대>
1995 < City of the Living Dead >
1996 < 시고쓴 辛酸>
1999 < For the Peace of All Mankind >
2001 <순간접착제>
2006 <방과 후 옥상>
2007 <두 얼굴의 여친>
2012 <댄싱퀸>
2014 <해적: 바다로 간 산적>
STAFF

연출 이석훈
촬영 이두만
편집 이석훈
조명 강성훈
녹음 이석훈
네가편집 남나영, 이수연
의상제작 차선영
출연 이상혁, 길성진

PROGRAM NOTE

여기 단편 영화 과제가 있다. 하나의 공간에 두 명의 인물만을 등장시켜야 한다. 자막 한두 줄은 모를까, 대사를 사용해선 안 된다. 러닝타임은 10분 이내. 이
한계 안에서 ‘전쟁과 휴머니티’라는 테마를 표현해야 한다. 이 복잡한 퍼즐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해결한 영화가 있다. 올 여름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흥행을 기록한 이석훈 감독이 1999년에 만든 6분짜리 영화, 바로 다.
당대의 단편영화들이 주로 일상적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로 한정되었다면, 는 ‘1969년 베트남’으로 시공간을 확장한다. 여기서 영화를 그럴싸하게 만드는 건 이두만 촬영감독의 카메라다. 분명 한국의 어느 대나무 밭에서 촬영되었지만, 빛과 심도와 속도감 등을 효과적으로 잡아낸 장면들은 관객을 순식간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톤의 변화를 보여주는 연출력도 인상적이다. 전반부가 지나가고 베트콩 여인이 등장하면서 급변하는 영화는 두 사람의 시선 교환 만으로도 긴장감과 웃음과 휴머니즘등의 요소를 손쉽게 만들어낸다. 기본기가 충실할 때 관객에게 메시지든 감정이든 전달할 수 있다는 상식을 실천한 작품. 간결함의 미덕이 빛난다.

김형석/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