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자신감 넘치는 브루클린 여성 놀라는 세 명의 남자와 동시에 사귀고 있다. 예의 바르고 사람 좋은 제이미와 자기중심적인 모델 그리어, 익살스러운 자전거 배달부 마스가 바로 그들. 자유로움을 즐기는 놀라는 셋 중 한 사람에게만 전념할 생각이 없지만, 각각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남자들은 그녀를 독차지하고 싶어 한다.

1986 칸영화제 젊은영화상
1987 인디펜던트스피릿어워드 최우수첫장편상

<그녀는 그것을 좋아해>가 개봉됐던 1986년은 활동 중인 흑인 감독이나 주목할 만한 흑인영화가 많지 않았던 시기다. 흑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창 호황을 누렸던 1970년대 블랙스플로테이션 영화의 붐도 잦아들었고, 일부 힙합 영화와 할리우드 상업영화로 제작된 에디 머피 주연의 코미디 정도가 느슨하게나마 흑인영화의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그러한 시대적 맥락에서, <그녀는 그것을 좋아해>는 낯설고 도발적인 영화였다. 젊은 흑인 감독인 스파이크 리가 뉴욕대에서 함께 영화를 공부했던 지인들과 가족을 동원해 저예산으로 12일 만에 찍은 독립영화였고, 갱스터나 영웅이 아니라 자유분방한 연애와 섹스를 추구하며 동시에 세 남자와 사귀는 젊은 흑인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한 남자에게 종속되길 원치 않고 자신의 성적 욕망에 충실 하고자 하는 놀라와 세 남자의 관계, 놀라를 비난하는 주변일들의 논리는 여성의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낸다. 여성의 성적 욕망이나 능동적 주체로서 여성을 제대로 재현했다고 하기엔 남성적 시선의 한계가 여전하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이슈를 공론화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 셈이다. <그녀는 그것을 좋아해>는 브루클린의 중산층을 통해 하녀, 창녀, 포주, 건달 등 기존의 미국영화에서 재현, 양산돼온 흑인 캐릭터들의 정형을 탈피한 새로운 흑인 이미지를 제시한 영화로 꼽힌다. 개봉 당시 제작비의 40배에 가까운 7백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만큼 뜨거운 대중의 호응을 얻었으며, 스파이크 리에서 존 싱글턴, 휴즈 형제 등으로 이어지는 90년대 흑인영화 뉴웨이브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을 작품이다.

황혜림/서울독립영화제2014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