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경로
서울독립영화제2015 (제41회)
특별초청 장편
민병훈 | 2015 | Documentary, Experimental | Color+B&W | HD | 17min 11sec
SYNOPSIS
김남표가 가는 곳은 시간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눈을 감으면 여름에서 겨울, 겨울에서 여름으로 변한다. 가는 곳마다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소녀와 한 여인에 매료되어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신비로움에 동화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공간의 체험이 끝날 때쯤 여인의 모습을 캔버스에 옮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DIRECTING INTENTION
감각적이고 현란한 영상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회색빛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진정 보고 싶은, 그리고 필요로 하는 영상은 어떤 것일까. 불안을 잠재워주고 우울한 마음에 작은 위로를 주는 그런 영상은 없는 것일까.
영화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실마리를 전해준다. 우리의 지친 영혼과 몸이 돌아가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자연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서부터 우리들은 병을 갖기 시작했다. 세월의 흔적을 담은 공간에서, 하늘과 땅을 담은 영상을 통해 우리는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FESTIVAL & AWARDS
2015 제12회 서울 환경영화제 월드프리미어
2015 제15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DIRECTOR

민병훈
STAFF
연출 민병훈
제작 민병훈
각본 민병훈
촬영 민병훈
편집 이상훈
음악 김명환
미술 김남표
출연 김남표
PROGRAM NOTE
김남표 작가는 한국화에 서양화를 접목시켜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와 걷고 또 걷는 동안 동굴, 산, 대나무밭, 초원, 강, 갈대밭으로 공간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계절이 바뀌면서 시간도 변화한다. 앞길을 예측하기 힘든 그의 산책이 이어지는 동안 관객은 한 작가의 사유의 흐름을 따라 그의 창작 활동이 이루어지는 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영화 속에서 창작의 출발점은 예측 불가능한 이미지들과의 만남이다. 예를 들어, 한 묘령의 여인이 출현하고 사라지는 과정을 통해 김남표의 시선과 의식이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또한, 자연환경이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그의 신체는 다양한 지각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즉 그의 눈이 시각 이미지를 그의 귀가 청각 이미지를 쫓는 동안에도, 그의 신체 일반은 자연의 무한한 지각 정보들을 흡수하느라 정신이 없다. 다만, 영화는 한 예술가가 지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가 감각의 구속으로부터 감각의 해방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음을 넌지시 비추고 있다.이때 작가가 초월해야 하는 것은 자연과 문명의 대립이다. 영화 속 모든 사운드와 이미지들은 문명이라는 오염된 공간을 극복하고 자연이라는 순수한 공간으로 회귀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예술의 본질 혹은 인간 정신의 근원이 자연이라는 낙원에 놓여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점에 기초했을 때, <감각의 경로>는 인간이 경험적으로 알 수 없는 세계 저편에 위치한 예술을 향한 구도의 의지를 압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도훈/한국독립영화협회 비평분과